
일본은행이 2010년부터 금융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리스크자산 매입이 2023년 막바지에 진행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일본은행의 지속하고 있던 금융완화 기조가 정상화로 돌아서게 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지난 2010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부동산투자신탁(J-REIT) 매입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하지 않거나 크게 축소를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행의 J-REIT 구입은 22년 6월 12억엔이 마지막으로 올해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는데, 닛케이평균주가가 33년 만의 수준까지 상승하는 가운데 ETF 매입 또한 10년 만에 가장 적은 3차례에 그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4일 금융 애널리스트인 쿠보타 히로유키는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22일 10시 10분에 오퍼된 일본은행에 의한 국채 매입 상황은 잔존기간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오퍼액이 5250억엔으로, 전회 15일의 같은 오퍼액인 5750억엔에서 500억엔 가량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15일 또한 10일 오퍼액 6750억엔에서 1000억엔 감액”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국채 매입 감액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점점 일본은행이 설정한 하한선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잔존기간 3년 이상 5년 이하의 감액은 없었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국채 매입과 ETF, 그리고 J-REIT 매입은 일본 금융 완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금융 완화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매입 축소는 금융완화의 부작용 억제와 정상화를 위한 일본은행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도쿄증권 리츠 지수는 일본은행이 매입을 시작한 이후 저점에서 2배 이상 상승했으며, 일본 부동산 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23년도 상반기 도쿄도 구 지역의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1억 572만 엔으로 상반기에 처음으로 1억 엔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행이 더 이상 국채 매입 등으로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상황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은행에서 금융시장 국장을 지낸 야마오카 히로미 이사는 “일본은행에 의한 ETF와 J-REIT의 구입의 딜레마는 판매를 할 경우 시장이 망가진다는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매입 축소는 "일본은행이 매입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상황으로 시장을 익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2010년 도입한 '포괄적 금융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ETF와 J-REIT 매입은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의 차원 완화 아래 증액이 반복되어 왔다. 현재 매입 방침은 ETF가 연간 약 12조엔, J-REIT는 약 1800억 엔으로 각각 상한선을 채운 상태였으며 '필요에 따라서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적은 상한선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국채 매입 등이 지속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SMBC 닛코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토리이 히로시는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등이 진행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제 일본은행의 매입이 기대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부동산 가격 자체도 굉장히 높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정책 필요성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월 우에다 가즈오 총재 취임 이후 일본은행이 7월과 10월에 YCC 유연화 조치를 잇달아 결정하며 시장에서 정책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주요 의견'에 따르면, 한 위원이 금융 완화 이탈을 언급하고 "YCC뿐만 아니라 국채 이외 자산 매입 필요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의 시가는 3월 말 현재 53.2조 엔에 달하고 J-REIT도 7350억 엔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라카와 전 총재가 '임시·이례적 조치'라며 도입한 리스크 자산 매입이 13년째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대응이 일본은행의 우선 과제가 되는 가운데, ETF와 J-REIT의 매각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우에다 가즈오 현 총재의 임기 중 리스크자산의 점진적인 철수로 정상화를 꾀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