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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영향없다" 미·유럽 석유기업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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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영향없다" 미·유럽 석유기업 '승승장구'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쉐브론 주유소. 사진=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쉐브론 주유소. 사진=로이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파리협정을 맺은 지 벌써 8년이 지났지만 석유산업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의 경제 회복이 진행되면서 석유 회사들은 오히려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2023년에도 석유 기업들의 수익 증가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3분기 기준 석유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1780억 달러에 달했다. 2022년 상반기보다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1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산업은 2022년 기준 세계 에너지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석유산업의 위상 강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석유 생산·비축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석유산업은 앞으로도 당분간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2030년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새로운 석유 시추를 중단한다는 공약을 내놓고 풍력 발전소, 배터리 광물, 탄소 운반 파이프라인 등에 수십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청정 재생에너지 개발을 독려하고 있지만, 석유 회사들의 생산량과 이익은 이익은 여전히 늘고 있다. 특히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알래스카 석유 시추와 애팔래치아 가스 파이프라인을 포함한 일련의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승인해야만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석유 기업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화석에너지 수요가 늘자 인수합병 및 신규 시추 광구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사업을 더욱 확장하는 중이다. 유럽의 석유 기업 BP와 셸도 기존 석유 및 가스 사업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국제 에너지 포럼과 S&P 글로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석유 기업의 신규 투자는 2022년 500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640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석유산업의 부활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016년 세계 각국은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현재 추세를 보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은 섭씨 2.7도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석유 회사들은 약속했던 탄소배출량 감축과 친환경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오히려 줄이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엑손모빌은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30만 대 규모로 축소했다. BP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5~50% 감축한다는 계획을 20~30%로 수정했다.

석유산업의 이런 행태는 11월 30일부터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기후 정상회담의 주요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파리협정 8주년을 맞는 이번 행사에서 각국 정상들은 기존 석유산업과의 조화를 유지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석유산업의 탄소배출 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며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 가속화를 유도할 전망이다.

다행스럽게도 청정에너지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석유 수요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과 판매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 외에도 수소에너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송 부문 수요가 줄더라도 석유화학 제품 분야는 여전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석유산업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기후 변동 대처에 대한 관심이 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음을 감안하면 장차 석유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청정에너지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