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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에 미국은행 '휘청'…채권 손실규모 888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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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에 미국은행 '휘청'…채권 손실규모 888조원

대출채권 부실화 우려…오피스 빌딩 수요 감소 직격탄

미국 은행들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888조원 규모의 채권 손실을 기록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은행들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888조원 규모의 채권 손실을 기록했다. 사진=로이터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으로 미국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은행권은 올해 초 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지역 은행들이 연달아 파산한 이후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최근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9일 미국 상업은행과 저축은행 총 461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권 평가손실이 9월 말 6839억 달러(약 888조3861억 원)로 6월 말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2022년 9월 말 6899억 달러에 근접했다.
7~9월에는 미국 재정적자 확대와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로 장기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면서 평가손실이 확대됐다. 연체율도 상승했다.

지난 3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채권을 대량으로 매각했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고 채권을 대량으로 매도해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에 빠진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했다. 손실 확대는 잠재적 리스크의 축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현재 장기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미국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손실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대출채권에도 금리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환기한이 90일 이상 지난 연체채권비율은 7~9월기준 0.82%로 4분기 연속 악화됐다. 대손율도 0.51%로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틴 그루엔버그 FDIC 회장은 성명에서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은행업계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채권 부실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오피스 빌딩은 수요 감소와 이자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부동산 투자 붐에 편승해 대출을 늘린 중견·중소형 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출이나 시장 운용으로 얻는 금리와 예금 등 자금 조달에 드는 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은 3.30%로 전분기 대비 0.03%포인트 확대됐다. 예금 유치를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하는 은행이 많았지만, 채권 수익률 상승이 이를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