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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역사적 엔저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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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역사적 엔저 끝이 보인다



일본 관광 붐을 불러온 '슈퍼 엔저'가 끝나가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일본 관광 붐을 불러온 '슈퍼 엔저'가 끝나가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2013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45만 명이었다. 올해는 10월 말 현재 552만 명이다. 연말까지 700만 명이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12년 원-엔화 환율은 1300원 대였다.

8일 현재 원-엔화 환율은 910원 대. 너도나도 일본으로 몰려가는 이유다. 일본에 가면 값싼 물가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 엔저도 그 끝이 보이고 있다.
닛케이는 8일 미국의 통화 긴축 국면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일본도 통화 완화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 마디로 더 이상 ‘엔저 관광’을 즐기기 힘들게 된다는 의미다.

'슈퍼 엔저'는 종말을 고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일본 경제가 순항할 것이라는 짐작은 섣부르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지 닛케이는 그 이유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일시적으로 1달러=141엔 대 후반까지 급등했다. 엔화 매수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144엔 대에서 마감됐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7일 "연말부터 내년까지 점점 험악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통화완화를 조기에 정상화될 것이라는 추측에 불을 지폈다.

8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고용통계는 노동시장이 시장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엔화는 일시적으로 145엔 대까지 하락했으나 엔화 매도 모멘텀은 제한적이었다.

네덜란드의 거대 금융회사인 ING는 "일본은행이 12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엔화는 11월 중순 한때 151.92엔까지 하락해 지난해 10월 기록한 1990년 여름(151.94엔)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엔화는 한 달도 안 돼 10엔 넘게 올랐다.

슈퍼 엔저의 끝

이런 '슈퍼 엔화'의 이면에는 일본은행의 '슈퍼 완화'가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빠르게 긴축하는 동안에도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세계 유일의 마이너스 수준으로 유지했다.

세계 경제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찍었고, 연준과 ECB는 이르면 내년 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뒤늦게 긴축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일본은 올 들어 상당한 폭의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버블경제 붕괴 이후 고착화된 '물가상승 제로, 임금인상 제로' 사회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일본은행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뼈아픈 지적이다.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 부총재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의 결정 요건인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에 관련해 고위층들이 조금씩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엔화 가치 하락으로 확인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단시일 안에 치유할 수 없는 만성 질환처럼 되어 버렸다.

수년간의 가격 침체와 시장에서의 엔화 매도세가 겹치면서 1973년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래 일본과 해외의 물가 차이를 조정하는 '실질실효환율'은 바닥을 맴돌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실질실효환율'은 1968년 이후 55년 만에 최저였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계속되면서 일본의 수출산업 기반은 무너졌다. 에너지 측면에서 일본은 화석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무역 거래에서 엔화를 사려는 수요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수출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해외 자회사에서 국내 모기업으로의 배당은 늘어나고 있지만, 그 혜택은 아직 임금 인상과 자본 투자의 형태로 일본 경제에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닛케이는 ‘슈퍼 엔저’가 진정될 것이 확실시되지만 이를 일본 경제 부흥의 신호탄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