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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격퇴'에서 '경기침체 예방'으로…美연준 무게중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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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격퇴'에서 '경기침체 예방'으로…美연준 무게중심 이동

미국 워싱턴 소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 전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 소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 전면. 사진=로이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다른 중앙은행들처럼 두 가지 지상 명령이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억제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미 연준은 단지 인플레이션만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 결과 너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해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번 주 올해 마지막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그 정책 방향의 선회를 선언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13일(이하 현지 시간)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이제 우리의 두 가지 의무 모두 중요한 시점으로 돌아왔다"며 앞으로 정책 결정에서 그 점을 매우 명심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정책 전환은 연준이 경제 회복 지원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연준의 정책 전환(피벗)으로 경기 침체가 없다고 단언하진 못해도 그 가능성을 훨씬 낮추고 있다.

공식적으로야 연준은 아직도 현 인플레이션 추세에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너무 높다고 말한다. 역시 공식적으로 연준은 향후 몇 차례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고까지 밝혔다.

비공식적으로 연준은 거의 모든 사람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고, 조만간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이며,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금리를 낮추는 것이 내년의 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이 3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파월 의장은 "우리가 너무 오래 계속될 위험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연준 이사들이 찍은 점도표에서 2024년 연말까지 기준금리 목표치가 현재보다 0.75%포인트 낮은 4.5~4.75%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9월 예상보다 0.5%포인트 더 낮은 것이다.

점도표상 예상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것을 발표하기로 한 결정이다.

이번 FOMC 회의 전에는 파월 의장과 연준 이사들이 급격한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이미 달아오른 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매파적 어조를 취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장의 기대를 받아들이면서 효과적으로 통화정책 완화 방향으로 선회했다.

연준 회의 결과 발표 직후 시장은 환호했다.

S&P 500은 10월 25일 이후 12% 상승세를 이어갔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거의 1%포인트 하락했고,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 3% 하락했다. 이러한 금융 여건의 완화는 내년의 수요를 뒷받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파월 의장이 지적했듯이 금리가 상당히 높고, 그 효과 중 일부는 아직 체감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지처럼 이자율에 민감한 경제 분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제조업 분야는 불황에 빠졌을 수도 있으며, 컨퍼런스 보드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6개월 동안 3.3% 하락하며 불황 구간에 진입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실업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실업보험 청구 건수도 저조한 편이며, 주식시장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기 직전일 때는 보통 이렇지 않다.

파월 의장은 이제 인플레이션에 대한 놀라운 진전 덕분에 연준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지난 6월 연준 이사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지금 당장 3.9%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 이후 발표되는 양호한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은 3.2%로 낮아졌고, 1년 뒤에는 2.4%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실제 그 경로를 따라간다면, 연준은 경제가 악화될 경우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폭의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엄청난 여유를 갖게 된다.

그래도 주의해야 할 중요한 대목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꺾였다고 생각하는지는 여러 지수의 기술적인 측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특이한 요인을 일부 걸러주기 위해 에너지와 주택을 제외한 서비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1월까지 석 달 동안 연평균 5.2%나 상승했다는 점이다.

최근 몇 차례의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는 노동력이 확대되고 공급망이 계속 정상화되면서 공급 측면이 개선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한 요인들이 사라지면 여전히 견고한 수요와 상당히 빠듯한 노동시장만이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준의 방향 전환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축하 파티를 해야 할 이유는 아닌 것 같다.

1년 후의 4.6% 명목 기준금리는 2.4% 인플레이션을 반영했을 때 비교적 높은 2.2% 실질금리를 의미한다. 이는 연준 이사들이 안정적인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0.5%의 "중립" 금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연준 관계자들은 미국 경제가 더 회복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지에 대해 경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