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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 붐 넘어 '장기 공세'로…'포스트 쿠팡' 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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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 붐 넘어 '장기 공세'로…'포스트 쿠팡' 될까 우려"

인기협, '중국 e커머스 공습 대응 방안' 세미나·토론 개최
정연승 교수 "中 커머스, 최저가 앞세운 '생태계 파괴종'"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3월 21일 '중국 e커머스 공습, 소비자·소상공인 보호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연사를 맡은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3월 21일 '중국 e커머스 공습, 소비자·소상공인 보호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연사를 맡은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를 비롯한 중국 초저가 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는 짧은 시간의 붐을 넘어 장기간에 걸친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몇 년 안에 국내 중소 사업자들을 모두 제치고 네이버, 쿠팡 다음가는 3, 4위 커머스 사업자로 자리 잡을까 우려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이 개최한 '중국 e커머스 공습, 소비자·소상공인 보호 방안' 세미나에서 한국유통학회장을 역임했던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서울 여의도 소재 FKI(한국경제인협회, 한경협)타워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박성호 인기협회장과 정연승 교수를 비롯해 김현수 관세청 부정수입물품 조사심의위원장 겸 부산대학교 교수,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신순교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정책국장, 신지혜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이 연사, 토론 참가자로 함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까지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던 온라인 쇼핑 시장은 2022년 9.5%, 지난해 9%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행사의 첫 연사로 나선 정연승 교수는 이를 인용해 "국내 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가운데 중국 최저가 플랫폼이 '생태계 파괴종'처럼 나타난 것"이라고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구매액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37.7%의 미국으로 중국은 27.9%를 점유한 2위 국가였다. 그러나 2023년 들어 이 비율이 미국은 27.5%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48.7%로 급성장해 순위가 뒤집혔다. 연간 중국 해외 직구 금액은 3조2873억원 수준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지난해 12월 '지적재산권·소비자 보호 가화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지난해 12월 '지적재산권·소비자 보호 가화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알리바바 그룹은 이달 중순 한국 정부에 '향후 3년 동안 총 1조5000억원을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내용의 사업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알리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 플랫폼이 단기간의 붐을 넘어 장기간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리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국 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은 국내는 물론 북미, 유럽, 중남미,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 앱 마켓에서 다운로드 수 톱5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정부는 유통 시장 보호를 넘어 국가 안보 문제, 중국 현지 직원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에 대한 규제를 예고했다.
정 교수는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이러한 장기적, 세계적 공세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 만큼 초저가 제품들에 대해 관세, 부가세를 매기는 등 규제로 이에 대응하는 것은 어렵다"고 짚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소비자 보호 제도 체계화 △국내 사업자들의 역량 강화 △토종 플랫폼에 대한 관세·부가세 지원 등을 제시하며 "해외 플랫폼의 침투를 막기 어렵다면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e커머스 공습, 소비자·소상공인 보호 방안' 종합 토론 현장 전경. 왼쪽부터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신지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김현수 부산대학교 교수, 신순교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정책국장,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e커머스 공습, 소비자·소상공인 보호 방안' 종합 토론 현장 전경. 왼쪽부터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신지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김현수 부산대학교 교수, 신순교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정책국장,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이원용 기자

정연승 교수의 발표 이후에는 김현수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각 연사들이 각자 발표하고 참관객들의 질의를 받는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

첫 토론인으로 나선 정은애 연구위원은 "중국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는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내수의 약화와 이에 따른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철저히 전략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단순한 해외 시장 확보, 영토 넓히기로 바라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순교 정책국장은 "국내 중소 사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리·테무를 보며 '쿠팡' 외에도 '다이소'를 떠올리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며 "e커머스 분야를 넘어 유통 시장 전반에 걸쳐 결코 작지 않은 지각 변동이 일어나리라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초저가 상품에 대해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 요구, 불매 운동 등 소비자 행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똥 밟았네'라는 생각으로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중국 커머스 플랫폼들이 이러한 소비 패턴을 이용해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지혜 교수와 장준영 변호사는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사업, 소비자 보호 등 측면에서 법룰적인 문제들에 대해 발표했다. 신 교수는 "한국 정부는 오랜 기간 플랫폼 규제 방안을 다수 마련해왔다"며 "규제안이 없는 게 아니라 이를 해외 플랫폼을 상대로 얼마나 실효성을 갖게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