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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논란 中 전기차, 美·EU '관세 폭탄'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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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논란 中 전기차, 美·EU '관세 폭탄' 초읽기

현지 업체 절반 수준 가격, 시장 붕괴 우려
중동, 동남아 등 제3국서 활로 찾기 나설 듯

비야디 전기 세단 모델 '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비야디 전기 세단 모델 '씰'. 사진=로이터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업체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중국산 전기차들의 가격이 자칫 시장 ‘선점’을 넘어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유럽연합(EU)은 주요 국가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나섰다. 미국 의회에서도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기존 27.5%의 관세를 최대 125%까지 올리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중국을 직접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 고위 당국자들에게 지나친 과잉 생산이 글로벌 시장은 물론, 중국 자신에게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오는 11월 대권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막대한 관세 부과를 주장해 왔다.

중국산 전기차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책과 더불어 내수시장의 위축 및 포화 때문이다.

1990년대 세계 유수 자동차 회사들의 합작 투자를 통해 내수시장과 기술력을 키워온 중국은 2000년대에 들어 선진국들과 기술 격차가 그리 크지 않던 전기차 및 관련 산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내연기관 차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전기차 시장에 수백 곳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중국 정부도 전기차 생산과 소비에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 결과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미국을 추월하며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2022년 들어 중국 내수시장이 포화하면서 여력이 있는 상위 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미약한 브랜드 파워와 품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반값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통하면서 주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한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크게 줄면서 중국산 전기차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유럽과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규제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정부 개입 없이 시장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중국산 전기차의 진격을 막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당장 유럽과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터뜨릴 경우, 이들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은 추락할 수 있다. 아무리 중국산 전기차의 품질이 향상됐다 해도 가격이 비슷해지면 전통적인 현지 브랜드 선호 기조와 기본적인 품질 및 성능에서 현지 제조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저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는 만큼, 오히려 더욱 가격을 낮춘 박리다매 전략으로 북미 및 유럽 시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중국산 전기차들은 상대적으로 미국 및 유럽의 입김이 약한 ‘글로벌 사우스’와 중동, 동남아 등 제3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을 전망이다. 이들 국가에는 중국의 진출로 기득권을 잃는 현지 자동차 기업들이 거의 없는데다, ‘일대일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정치·경제적으로 중국과 우호적인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 신흥시장에서 더욱 힘을 키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향후 기업 규모와 브랜드 파워는 물론, 품질과 기술력 등을 더욱 끌어올려 북미 및 유럽 시장에 ‘권토중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