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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체감 경제로 나눠진 표심, 결국은 경제가 대선 결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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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체감 경제로 나눠진 표심, 결국은 경제가 대선 결정하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20년 당시 대선 조지아주 선거 요원 루비 프리먼에게 대통령 시민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20년 당시 대선 조지아주 선거 요원 루비 프리먼에게 대통령 시민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사용한 슬로건이다. 이번에도 이 슬로건이 미국 대선 판도를 좌우할 듯하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는 젊은층,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소수민족과 부유한 백인층, 여성 등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 당선된 뒤, 반도체와 신재생에너지, 미국의 인프라 등에 대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경제는 극심한 양극화로 나타났다. 돈은 거대기업과 극소수 부자에 집중됐다, 이런 가운데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후 공급망 회복이 늦어지고, 과거 볼 수 없었던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저변층은 물론 심지어 중산층까지 학자금 융자 상환, 주택 경비, 식료품값, 차량 비용 부담으로 체감 경기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경기 부양책과 인플레이션이 충돌하면서 저변층 체감 경기가 크게 흔들리자 바이든은 인기가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이에, 범죄 혐의가 많이 ‘위험 인물’로 치부된 트럼프에게조차 선호도에서 밀리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지지를 철회하거나 비판적 혹은 소극적 지지로 변했다. 지지율은 10%에서 많게는 30%까지 빠졌다.

재선에 불안감을 느낀 바이든은 지지층 복원을 위해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트럼프와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현재 미국인들의 정서를 여론조사를 통해 엿보면, 4월 전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 4명 중 3명은 생활비가 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많이 풀고 선심 정책을 펼쳐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앞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에머슨 칼리지 여론조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46%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43%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고, 12%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머슨의 직전 여론조사인 4월 초 이후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은 2%포인트 하락했지만, 트럼프는 46%를 유지했다.

이는 결국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경제에 대한 인식, 즉 높은 인플레이션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표심에 더 많이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봐서 유권자의 근무 시간을 조건으로 분석해 보면, 30시간 이하 계층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선호하고(52% 대 37%), 30-40시간 근로자들은 의견이 분분하고(바이든 45%, 트럼프 43%), 40-60시간 일하는 사람들, 즉 근로 시간이 늘어날수록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은 80%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들은 7%만 바이든을 지지했다.

자본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바이든을, 근로소득에 의존하면서 근로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를 지지함을 의미한다. 이는 백인 가운데 고등교육(대학교 이상 학위)를 받지 못한 사람들(전체 유권자의 약 38%)이 지지하는 후보가 트럼프라는 사실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무소속 후보를 포함한 조사에서는 44%는 트럼프를, 40%는 바이든을, 8%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1%는 코넬 웨스트를 지지했다. 양자 대결에서 다자 대결로 가면, 트럼프와 바이든에 비판적 지지층 혹은 소극적 지지층이나 지지 후보가 미정인 유권자들이 양자보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제 문제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접근해 보면, 11월 대선이 현재 흐름으로 갈 경우, 바이든이 절대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유권자의 36%가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고, 이민 21%, 민주주의 위협 10%, 의료 9%, 낙태 접근성 7%, 범죄 6%가 그 뒤를 이었다.

일반적인 미국 가정과 비교했을 때, 유권자의 44%는 자신의 가계 소득이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38%는 평균 이하라고 생각하며, 18%는 가계 소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평균보다 훨씬 낮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50% 대 32%로 트럼프를 선호하고,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55% 대 29%로 바이든을 선호했다.

이는 소득에 대한 인식이 대통령 후보자 선호도와 거의 일치함을 시사한다.

한편, 에머슨 칼리지가 실시한 2023년 12월 경제사회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젊은 세대의 최대 관심사도 경제 문제로 나타났다.

30세 미만 유권자들은 경제적 우려를 2024년 대선 후보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보았다. 경제는 44%를 차지했고, 의료(14%), 교육(10%), 범죄(8%), 주택구입 능력(8%)이 그 뒤를 이었다.

개방형 응답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인플레이션(94회), 경제(71회), 돈(49회)로 나타났고, ‘걱정된다’는 단어가 67번 언급되었다.

이는 2020년 대선에서 두 배 가까이 바이든을 지지했던 젊은층 체감 경기 사정이 당시보다 나빠지면서 나타난 것으로, 이들의 다수가 바이든 지지를 철회하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지지율을 10~20% 정도 잃고 있는데, 이는 생활비에 대한 재정적 우려와 정서적 불안감이 바이든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5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인근에서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자금 재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5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인근에서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자금 재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반면, 공화당 경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소폭의 지지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민주당원들이 바이든과 거리를 두면서, 트럼프의 경제적 메시지가 이들에게 더 어필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결과, 30세 미만 유권자에서 45%는 바이든, 40%는 트럼프를 지지했다.이는 2020년 대선보다 폭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체감 경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2024년 미국 의회 선거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일반 의회 비율은 45%로 동률이고 11%는 미정이다. 미국 정치의 극심한 양극화를 대변하는 수치이다. 따라서, 정당 지지는 양당이 비슷하므로 이번 11월 대선은 후보와 정책 공약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는 경제에 대한 인식이 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체감 경기에 누가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느냐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주요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이 향후 글로벌 경제와 기업에 미칠 파급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때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