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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일각서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는 감당할 정도” 주장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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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일각서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는 감당할 정도” 주장 나와

시진핑의 유럽 방문, 경제교류 확대 성과보다는 탐색전 될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5월 5일부터 6일간 유럽연합(EU) 순방은 중국 의존도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붙였다.

그간 EU 내부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구조적 경쟁자라는 규정과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치외교, 경제, 군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관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시진핑의 뒷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을 방문 중인 시진핑의 뒷모습. 사진=로이터

이런 가운데 중국은 자유 진영의 두 축인 미국과 EU를 함께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판단을 하고, EU를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성과도 일부 있었지만, 중국이 러시아 편에 가까워지면서 그간의 노고들이 상당 부분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일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다. 트럼프가 EU를 자유 진영의 파트너로 존중하기보다는 미국이 우선이라는 인식 아래 경쟁자처럼 다루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EU도 미국과의 관계 위주에서 독자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논리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 사이에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개선하자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에 관심을 보이는 EU 회원국은 EU의 중심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이다. 이들은 경제적 이유를 앞세우고, 정치적으로 거리를 너무 두는 것은 글로벌 질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5년 만에 시진핑이 기회를 엿보고 EU로 향했다. 구조적 경쟁 관계를 재설정하고 경제적 측면부터 다시 관계를 강화해 트럼프 재집권이 만약 사실에 이를 경우 공동 대응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EU 내에서 이에 대해 현재처럼 적정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로 의존도를 높이기는 경제안보를 고려할 때 너무 위험하다는 인식이 여전한 것이다.

8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둔 다국적 언론사인 유라크티브는 제로민 제텔마이어 EU 정책연구센터 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디커플링)가 EU에 훨씬 덜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보도했다. 제텔마이어 소장은 “오늘날 다각화의 기회는 매우 크며, 중국 없이도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그는 EU가 중국과 건설적인 무역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제거(디리스킹)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EU가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을 완전히 끊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정부에서 유행하는 논리로 이 주장은 이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을 비롯한 EU의 정치 지도자들이 해왔던 주장이다.

실제로 EU는 중국과의 교역량을 계속 줄여 왔고, 상대적으로 미국과의 교역은 바이든 정부 이래 늘려 왔다.

EU는 전체 수출량 가운데 2019년 미국에 18%, 중국에 9.3%, 2020년 미국에 18.3%, 중국에 10.5%, 2021년 미국에 18.3%, 중국에 10.2%, 2022년 미국에 19.8%, 중국에 9%, 2023년 미국에 19.6%, 중국에 8.7% 수출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점차 줄고 있다.

EU는 2023년 미국과의 무역 수지는 1551억 유로의 흑자를, 중국에 대해서는 2922억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는 EU로 하여금 단기적으로 비용 면에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지만, 대중 의존도를 더 줄여야 한다는 논리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EU 내부에서 경제안보와 자유무역이라는 두 가지 쟁점이 여전히 격돌하고 있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경제안보 논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EU의 자유 진영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이번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 순방 행사를 중국이 친러시아 관계와 태양광·풍력·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기술 보조금에 대한 EU의 증가하는 우려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EU 내부를 교란하고 변화를 탐색하려는 의도라고 본다.

이런 흐름 속에 제로민 제텔마이어 EU 정책연구센터 소장의 견해가 시진핑 방문 기간에 나온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 관계에 대한 견해의 한 단면도 보인다.

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에 재선될 경우 EU-중국 관계에 대한 정확한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EU는 변화된 상황에서도 생존과 번영을 위해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가상하는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유럽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다. 이는 EU와 미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지만, 이미 트럼프의 재임 기간에 경험한 바 있는 일로 재앙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 교역량을 늘리고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규모가 다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대체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또한, 트럼프가 중국에는 관세를 부과하지만, 유럽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 경우 EU에 그렇게 큰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며, 유럽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결국, 제텔마이어 EU 정책연구센터 소장의 의견은 미·중 갈등과 중국의 현상 변화가 EU의 국익과 안보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중국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변화를 지켜보고, EU의 안전한 성장과 안보를 고민하는 길을 가자는 것이다. 이는 EU 주요 정치인들의 생각을 잘 대변한다.

그는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가 EU에 덜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EU가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우리도 EU 이론가의 생각을 잘 헤아려 우리 노선 수립에 참고하고, 글로벌 질서의 변화 시기에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