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국내 경쟁 피해 '기회의 땅'으로...싱가포르·말레이시아 집중

보고서는 음료 체인 믹스에, 루킨커피,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 등 약 60개 중국 브랜드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동남아시아에서 6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800여 개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장간 리 모멘텀웍스 CEO는 "동남아시아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국과 가깝기 때문에 중국 식음료 브랜드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현지 파트너를 찾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화교 인구가 많아 중국 브랜드 진출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전체 매장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특히 대중적인 브랜드들이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중국의 약 17% 규모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들은 매장 전면 공간과 마스코트를 활용한 광고 등 자국에서 검증된 마케팅 전략을 현지에 적용하며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도 중국 기업들의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주요 6개국의 외식 소비는 2023년 12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157억 달러와 2021년의 807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루킨커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방콕의 '버터베어' 제과점과 협업해 현지에서 인기 있는 곰 마스코트 '농 노이'를 활용한 축제 음료를 출시, 소셜미디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더 세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모멘텀웍스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특성상 운영 모델, 파트너 선택, 공급망 개발 등에서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장간 리 CEO는 "어느 시장에서도 식음료 산업을 하나의 기업이 독점한 사례는 없었다"며 "일부 소규모 브랜드가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생태계가 적응하며 더욱 경쟁력 있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동남아 식음료 시장은 2024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성장률은 다소 둔화해 전체 시장 규모는 약 132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