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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전쟁에 주식 폭락...미국 고급 주택시장도 '얼어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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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전쟁에 주식 폭락...미국 고급 주택시장도 '얼어붙다'

1050만 달러 뉴욕 아파트부터 4200만 달러 플로리다 주택까지 고가 거래 잇따라 무산
2014 년 3 월 27 일 버지니아 주 오크턴에있는 집 앞에 매달려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4 년 3 월 27 일 버지니아 주 오크턴에있는 집 앞에 매달려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수백만 달러의 초고가 주택 매입을 계획했던 부유층 구매자들이 잇따라 계약을 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발발과 이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이 한때 흔들림 없이 강세를 보이던 미국 고급 주택시장을 침체시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올해 3월 초 레녹스 힐 지역의 침실 4개짜리 아파트를 1025만 달러(146억 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구매자는 계약 체결 직전 가구 구입을 위해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구매 의사가 확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313, 구매자의 에이전트가 전화로 "고객의 주가가 25% 하락했고 거래가 무산됐다"고 통보했다. 이 중개인은 "마치 배에 맞은 펀치 같았다""고객과의 통화에서 그의 첫 마디는 '트럼프가 우리를 망쳐버렸다'였다"고 전했다.

코코란 그룹의 마이애미 부동산 중개인 줄리안 존스턴에 따르면, 그의 고객 중 한 명은 플로리다주 코럴 게이블스에 있는 15000평방피트(425)의 주택에 4200만 달러(599억 원)를 제안했으나, 중국산 수입품과 연계된 사업에 대한 우려로 거래를 30일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존스턴은 "401(k)(미국 퇴직연금)도 이번 주에 망가졌다. 사람들은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고 돈을 쓰고 싶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주식시장 불안에 고급 부동산 매입 기피 현상 전국으로 확산


고급 부동산은 팬데믹 이후 주식 시장 상승과 막대한 자산 증가에 힘입어 지난 몇 년간 강세를 유지해왔다. 뉴욕, 플로리다주 팜비치, 로스앤젤레스, 콜로라도주 아스펜과 같은 곳에서는 부유한 구매자들이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급 주택 시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리얼터닷컴(Realtor.com)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0%는 총 자산의 36.3%를 주식과 뮤추얼 펀드에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은 총 자산의 18.7%를 차지한다. 미국 전체 주택시장에서 상위 5%로 정의되는 고급 주택의 중간 판매 가격은 20242분기에 8.8% 상승했는데, 이는 비고급 주택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43일과 4일 이틀간 미국 주식시장이 66000억 달러(9421조 원)의 손실을 입은 후, 고급 부동산 시장의 여파는 빠르게 나타났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부동산 남부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중개인 아론 커먼은 "지난 2주 동안 격렬한 시장 변동을 겪었다. 구매자들은 모든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구매자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헤지로 부동산을 매입하려 하지만, 다른 구매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구매를 멈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 지역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조안나 노이만과 그녀의 남편은 3995000달러(57억 원)짜리 브라운스톤 주택 매입을 시도했다가 43일과 4일 주식시장 폭락 후 제안을 철회했다. 조안나는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멤버십을 철회할 때 체육관에 쏟아부을 현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와 인접한 뉴저지 북부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맨해튼에서 약 20마일 떨어진 리지우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날인 42, 180만 달러(25억 원)짜리 주택 계약이 만료됐다고 뉴저지 북부 소더비 국제 부동산의 CEO 찰리 오플러가 밝혔다. 뉴저지주 모리스 타운십에 있는 침실 8개짜리 성은 995만 달러(142억 원)에 등재되었으나, 워싱턴 주에서 온 한 부부가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로 구매 제안을 철회했다고 터핀 부동산의 질 터핀이 전했다.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도 코로나 이후 여러 메가딜을 중개한 컴패스(Compass)의 부동산 직원 스티븐 셰인은 42일 이후 1억 달러(1427억 원) 상당의 부동산이 시장에 다시 나왔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아스펜 웨스트 엔드에 있는 약 7,900평방피트(224)의 주택으로 5250만 달러(749억 원)를 호가하는 물건도 포함돼 있다. 셰인은 "불안정한 시장이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확실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옹호해 왔으나, 지난 9일 다른 나라들과의 상호 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면서 반응이 "삐걱거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시장이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고급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한 중개인은 1050만 달러(149억 원)에 내놓은 레녹스 힐 아파트가 구매 제안이 철회됐음에도 아직 공식적으로 매물 목록에서 제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시장은 결국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며 "원래 구매 의사를 밝혔던 고객들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포기했나' 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