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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신 받은' 러시아 T-80U 전차 35대, 30년 지나도 한국 정예부대 현역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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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신 받은' 러시아 T-80U 전차 35대, 30년 지나도 한국 정예부대 현역 남아

1990년대 소련 채무 15억 달러 변제를 위한 '불곰 작전'으로 도입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 눈길
러시아 T-80 U 탱크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T-80 U 탱크의 모습. 사진=로이터
한국군이 러시아제 T-80U 주력 전차를 여전히 쓰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소련제 T-80 주력 전차를 가진 몇 안 되는 서방 동맹국 중 하나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19fortyfive는 지난 2(현지시각) "한국이 러시아 T-80 주력 전차를 보유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같이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대 초 소련이 진 약 15억 달러(21000억 원)에 이르는 빚을 갚기 위해 러시아와 맺은 거래 속에서 이 전차를 들여왔다. 이 거래는 '불곰 작전' 또는 '불곰 계획'이라고 불렸다.

이 계약을 통해 T-80U 전차 33대와 T-80UK 전차 2대 등 총 35대가 모두 3차례에 걸쳐 한국에 들어왔다. 전차 말고도 러시아는 BMP-3 장갑차 33, AT-13 대전차 미사일 발사대 70대와 미사일 1,250, SA-18 '니들' 대공 미사일 발사기 50대와 미사일 700, Ka-32 헬기 8대를 함께 보냈다.
그때 T-80U는 한반도에서 가장 앞선 전차로, 한국의 국산 K1 전차와 북한이 가진 모든 전차보다 뛰어났다. T-80U1970년대 후반에 첫선을 보인 소련제 주력 전차로, 125mm 활강포, 첨단 복합 장갑, 가스 터빈 엔진을 달아 디젤 전차보다 빠른 가속력과 움직임을 자랑한다.

이 전차는 도로에서 시속 70km, 험지에서 시속 48km로 달릴 수 있으며, 바깥 연료탱크까지 쓰면 한 번에 415km를 달릴 수 있다.

◇ 부품 구하기 어렵고 유지비 늘어도 여전히 정예부대서 쓰여


T-80U는 첨단 기능을 갖췄지만, 한국의 K1 K2 전차와 견주면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서양식 설계로 만든 K1A1K2 전차는 더 좋은 열상 조준경과 현대적인 탄약을 갖췄고, 한국 방위산업체에서 이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반면 T-80U는 러시아산 수입 탄약과 부품에 의지해 새 T-80 모델로 개선할 수 없어 큰 변화 없이 쓰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전차 승무원들은 T-80U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T-80U의 가스 터빈 엔진은 더 빠른 가속과 가벼운 무게로 한국의 산악 지형에서 더 날쌔게 움직이지만, 연료를 많이 먹는 단점이 있다.

일부 시험에서 T-80U의 좁은 내부는 K1A1 K2보다 덜 편하다고 지적받았으며, 사격 정확도와 재장전 속도 등 화력 성능도 떨어진다고 반응했다.

T-80U를 손보는 일도 쉽지 않다. 궤도 같은 일부 부품은 국내에서 만들지만,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주문해야 해 해가 갈수록 비용이 커지고 있다. 1990년대에 T-80 생산이 멈추면서 이런 부품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T-80U는 신뢰도가 떨어졌고, 한국 국산 전차만큼 믿음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어려움에도 T-80U는 여전히 한국 국방 전략에서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전차는 정예부대에 들어가 자체 K1 K2 전차를 보완하는 특별한 기능을 맡고 있다.

한국 무기고에 러시아 전차가 있는 것은 한동안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은 미 육군이 T-80을 조사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해 미국이 T-80의 능력을 더 잘 알 수 있게 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T-80U의 앞날은 여전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수리 비용이 늘고 더 앞선 국산 전차를 쓸 수 있게 되면서 T-80U의 쓸모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은 이 전차를 폐기할 계획을 밝혔으나, 지금까지 운영을 멈추지 않았으며 여전히 정예부대에 배치돼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한국 정부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으며, 그 안에는 한국의 T-80 전차도 들어 있었다. 옛 소련 회원국인 우크라이나 육군은 많은 T-80을 갖고 있어 함께 쓰기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보내지 않았다. 그때 한국은 여전히 러시아와 물건을 사고팔고 있었고, 러시아를 자극해 북한과 더 가까워지게 만들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에 신중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공식 확인한 쿠르스크 지역의 북한군 파병으로 한국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차 33대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지금 벌어지는 럿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소모전에서 쓸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