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달러, 대만 달러 급등에 전방위 약세 ‘일파만파’...글로벌 환시 요동

글로벌이코노믹

美 달러, 대만 달러 급등에 전방위 약세 ‘일파만파’...글로벌 환시 요동

역외 위안화 6개월 만에 최고치...엔화도 약진하는 등 달러 약세 재시동
미국 달러, 유로, 중국 위안 및 파운드 지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유로, 중국 위안 및 파운드 지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월 들어 대만 달러화의 급등이 글로벌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며 미국 달러화가 5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주요 통화 대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가운데 달러화는 이날 대부분의 주요 통화 대비 하락했다.

특히 대만 달러화는 이날 블룸버그 통신이 추적하는 16개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장 중 한때 1988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대만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해 자국 통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하며 달러 약세에 다시 불을 지폈다.
대만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강세 용인 추측을 부인하며, 대만 달러화의 급격한 절상이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 분위기는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대만 달러화 급등으로 촉발된 달러 매도세로 일본 엔화도 달러 대비 약 0.9% 상승하며 143엔대로 도약해 G10(주요 10개국) 통화 중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15% 상승한 1.1316달러에 거래됐다.

중국 시장은 이날 휴장했지만, 미국과의 무역 회담에서 중국이 자국 통화 강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데 투자자들이 베팅하면서 역외 위안화는 달러당 거의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와 예측 불가능한 발언이 미국 달러화의 전통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약화시키며,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계속 자금을 회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연초 이후 약 7% 하락하며 20년 만에 최대 연간 하락 폭을 기록 중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적 파생상품 시장 거래자들의 달러 약세 전망은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

메리 니콜라이 블룸버그 매크로 전략가는 “아시아 통화가 무역 전쟁 우려 완화와 미국 달러화의 전반적인 약세에 힘입어 드문 낙관론의 순간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중국 위안화의 실질적인 절상이 없다면 이번 랠리는 곧 사그라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만 중앙은행은 최근 대만 달러의 급격한 강세에 대해 경고하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양진룽 대만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장 내 과도한 환율 상승 기대감이 수출업체와 외국인 투자자의 대만 달러 매수를 촉진했다”면서 “이는 비정상적인 자금 유입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미국 달러 기반 채권을 보유한 생명보험사들과 회의를 열어, 환율 급등에 따른 위험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로드 애벗의 리아 트라우브 외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만, 말레이시아, 특히 홍콩의 중앙은행은 필요시 달러를 매입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 지역 통화 강세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규하와 마르코 카시라기 전략가는 “최근 미국 시장의 변동성과 대만 달러의 절상 우려가 결합해 아시아 지역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 여파가 다시 미국 국채 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3년 만기 국채 580억 달러를 발행했다. 국채 매각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외국 중앙은행을 포함한 간접 입찰자의 비중은 최근 발행 대비 감소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