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재집권한 이후 단행한 관세 정책의 여파로 맥도날드와 치폴레 매출이 줄고 로스앤젤레스항의 화물선 입항도 감소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소비재 업체인 P&G는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굴지의 완구업체 마텔은 중국에서 생산거점을 이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실업률 역시 상승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기존의 공식 통계 대신 항공편 예약, 호텔 투숙률, 트럭·철도 화물 운송량, 라스베이거스 관광객 수 등의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마크 지안노니 바클레이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기댈 만한 지표가 거의 없다”며 “비전통적인 지표와 일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수요일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고율 관세가 물가를 자극하고 정책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는 가운데 경기 둔화를 판단할 신호가 부족하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공식 지표에 앞서 나타날 수 있는 조기 경고 신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명확한 소비 위축이나 실업 증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와 유사하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식당 예약, 브로드웨이 공연 관객 수, 공항 검색대 통과자 수 등의 지표를 통해 실물 경제의 충격을 미리 파악한 바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와 달리 이번 관세 여파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조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시 교통량, 공항검색 통과자 수 같은 지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회고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 정책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급 부족이나 생산 차질을 유발할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분분하다. 소비가 줄어 먼저 침체가 올지, 아니면 먼저 해고가 증가한 뒤 소비가 위축될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
한편, 지난 3월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인 1400억 달러(약 191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가 관세 부과 전에 물량을 미리 수입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6일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4월 10일과 11일에는 멕시코와의 수자원 갈등을 이유로 추가 관세와 제재를 경고했으며 4월 2일 부과된 관세에 대해 예외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고위급 당국자들은 이번 주 스위스에서 무역 관련 회담을 열 계획이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소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처음 열리는 공식 협상이다.
소비심리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당시 소비심리지수가 낮아도 실제 소비는 활발했다는 경험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최근 소비심리지표를 다소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어니 테데스키 예일대 예산연구소장은 “팬데믹을 통해 배운 것은 분위기가 나빠 보여도 소비자들이 지출을 멈추지는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화적 지표도 엇갈리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항공업계에 이미 침체가 시작됐다고 주장한 반면, 호텔 투숙률은 아직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칩틀레는 매출이 줄었지만 피자헛·KFC·타코벨을 보유한 얌브랜즈는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급감했지만 이는 부활절이 늦어진 영향으로 보이며 4월에는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앤드루 홀렌호스트 시티그룹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소비 행태가 변화한 뒤 그 영향이 통계로 잡히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린다”며 “이런 때일수록 일화적 증거가 향후 경제 흐름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정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일화적 증거 외에 실업률 상승이나 소비지출 감소 같은 ‘확정적인 신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신중한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