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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체중 감량제 웨고비·젭바운드와 가격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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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체중 감량제 웨고비·젭바운드와 가격 전쟁 선포

"다른 나라보다 미국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분통
일라이 릴리의 체중 감량제 '젭바운드' 주사 펜과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라이 릴리의 체중 감량제 '젭바운드' 주사 펜과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고가 논란을 빚고 있는 새로운 체중 감량 치료제 가격 인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처방약 가격 인하 노력의 일환으로 노보 노디스크의 '웨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등 인기 체중 감량 주사제를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제약회사들에게 향후 몇 달 안에 자사 제품 가격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도록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수출 제한이나 관세 부과 등 강력한 규제 및 집행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 사업가 친구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미국 내 체중 감량 치료제 가격의 불합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런던에 있는 친구가 이 빌어먹을 약값을 냈는데 88달러였다. 그런데 뉴욕에서는 1,300달러를 냈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약품의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체중 감량 치료제의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노보 노디스크의 웨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는 미국에서 월 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물론 상당수 환자는 건강보험을 통해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지만,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제조사인 노보와 릴리는 최근 미국 소비자들에게 월 499달러의 현금가를 제시하며 직접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성인의 약 40%가 비만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의료 전문가들은 양 제약회사 모두에게 치료제 가격을 더욱 낮출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백악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특히 불평등이 가장 크고 지출이 가장 많은 약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웨고비와 젭바운드, 그리고 관련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과 마운자로를 언급하며 "두 가지 범주(높은 불평등과 높은 지출)를 모두 충족하는 GLP-1 제제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가격을 강제로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라이 릴리는 혁신적인 신약 비용을 선진국 간에 더욱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미국 의료 시스템 내에서 약국급여관리자(PBM)와 같은 중개업체의 판매 거래 비중을 줄여야만 이러한 합의가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덴마크 제약회사인 노보 노디스크 역시 "미국인들이 저렴한 의약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정책 입안자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건강보험이 주로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국가에서는 제약회사와 더 낮은 가격으로 약품 가격을 협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0mg 용량의 젭바운드 주사 펜의 월 가격이 61.68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일부 약품은 정부 운영 보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의 새로운 비만 치료제 접근성은 매우 제한적이고, 독일의 건강보험은 체중 감량 약물 비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베네딕 이폴리토 연구원은 "이러한 약물 가격 문제는 GLP-1 제제를 복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미국 환자들은 기존 브랜드 약품보다 훨씬 저렴한 합성 약국 제조 GLP-1 유사체에 의존해 왔으나, 브랜드 약품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됨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단속 강화로 이러한 관행은 곧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