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세율 미국 145%→30%, 중국 125%→10%로 크게 내려
세계 자본시장, 단기 안도감 속 불확실성은 이어져
세계 자본시장, 단기 안도감 속 불확실성은 이어져

이번 합의로 미국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품에 붙이던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중국이 미국 상품에 매기던 관세율은 125%에서 10%로 낮아졌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 뉴욕증권거래소의 대표 지수는 3% 넘게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지수도 4% 가까이 뛰었다. 유럽과 아시아 주식시장도 함께 올랐다. 이처럼 관세 인하 소식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움직임이 살아났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자산 운용사 프린서펄 파이낸셜 그룹(Principal Financial Group)이 지난 16일(현지시각) 내놓은 전망 보고서는 이번 관세 휴전이 경기 침체 위험을 의미 있게 줄이고 단기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양국의 규제성 관세가 크게 낮아지면서 미국 평균 유효 관세율은 약 12%로 낮아졌으며,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1%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줄었다.
"이번 관세 휴전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이상 떨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이 보고서는 설명했다. 중국 역시 국내총생산 영향이 1% 미만으로 줄어 정책입안자와 수출업체 모두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 관세 인하 배경과 시장 영향
미국과 중국이 관세를 크게 낮춘 것은 지난 4월 2일 미국이 대규모 보복 관세를 매긴 데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5%에서 27%까지 치솟았다. 이번 합의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3~15%로 낮아졌으나, 지난해(2.5%)와 견주면 여전히 다섯 배 이상 높다.
1900년대 초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8~29%였고, 1920년대에는 6%까지 떨어졌다. 1930년대 대공황 때 20%로 다시 올랐다가, 1950년대 이후 5~6%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2010년대에는 2% 아래로 떨어졌지만, 2019년 이후 다시 오르고 있다. 최근 관세 인상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관세율이 100%를 넘었을 때 미·교역 중 하나는 사실상 멈췄고, 배로 실어나르는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 미국 안에서는 가게들이 팔 물건을 구하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 이번 90일 관세 인하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일단 진정됐다. 시장에서는 "관세율 30%도 여전히 높지만, 100% 넘던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 남은 불확실성과 앞으로의 전망
그러나 프린서펄 파이낸셜 그룹 보고서는 이번 휴전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무역정책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가장 심한 때는 지났을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의 무역 장벽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번 합의가 미·중 무역갈등을 근본적으로 풀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양국 모두 중요한 요구를 양보하지 않았고, 90일 뒤 관세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앞날이 불확실한 가운데 기업의 투자와 고용 결정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올라간 관세 수준은 기업 이윤과 소비자 물가에 계속해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이 중국을 뺀 다른 나라와의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을 오는 7월 8일로 정했고, 일부 나라에는 10% 넘는 관세를 계속 매길 계획으로 있어 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안팎으로 예상되고, 경기 침체 확률은 50%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세를 낮췄지만, 소비자와 기업이 느끼는 불안은 여전해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관세 인하가 물가 오름세를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여전히 높은 관세가 남아 있어 소비자 물가와 기업 이익에 부담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모두 짧게 보면 경기 침체 걱정을 덜 수 있었지만, 무역갈등과 공급망 재편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지금으로선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과 투자자는 민첩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휴전은 해결이 아니라 잠시 안도감을 주는 것에 불과하며,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시장 변동성의 주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