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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은행 80% '수익성 적신호'… 부동산 불황에 이자 마진 '임계점' 이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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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은행 80% '수익성 적신호'… 부동산 불황에 이자 마진 '임계점' 이하 추락

기업·가계 대출 감소, 금리 하락 겹쳐… 금융 안정성 우려 '고조'
당국, 공적자금 투입 결정했지만… "중소 은행 부실 해소 역부족" 지적
중국공상은행(Industrial and Commercial Bank of China)의 소기업 대출 금리는 대기업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공상은행(Industrial and Commercial Bank of China)의 소기업 대출 금리는 대기업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로이터
중국 은행들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장기화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전체 은행의 80%가 이자 마진이 업계에서 설정한 수익성 임계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 분석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홍콩에 상장된 58개 상업은행 중 54개 은행의 2024년 말 기준 이자 마진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은행이 대출 등으로 벌어들인 이자에서 예금 등으로 지급한 이자를 뺀 순이자수익을 이자 자산 잔액으로 나눈 순이자마진(NIM)은 은행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이자 마진이 높을수록 은행의 수익성이 좋고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중국 은행업협회는 NIM 1.8%를 '경고선' 또는 수익성의 임계점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 건전성 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된다.

분석 대상 58개 은행 중 81%에 해당하는 47개 은행의 NIM이 1.8% 미만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이 기준에 미달하는 은행이 6개(10%)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팬데믹과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해 기업과 가계의 대출 수요가 위축되고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국에 따르면, 비상장 중소 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업계의 평균 NIM은 2024년 말 기준 1.52%로, 1년 전보다 0.17%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는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감소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미래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는 여전히 약한 상태다. 지난 4월 은행 신규 대출의 평균 이자율은 3.2%로 신저점을 기록했으며, 이는 은행들의 이익 마진이 더욱 축소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금융 리스크의 또 다른 뇌관은 중소기업 대출이다. 현금 흐름 지원을 위해 중국 정부는 은행들에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대기업 대출 금리보다 높게 형성되지만, 현재 중국 최대 국영은행인 공상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3.3%로, 전체 기업 대출 평균인 3.26%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은행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항저우은행의 판화푸 부행장은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이며, 이러한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무 결과 브리핑에서 밝히기도 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세키 신이치 선임연구원은 "대출자 리스크가 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부실 대출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장 기업의 재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4년 말 잠재적 부실 대출 비율을 7.8%로 추정했으며, 이러한 위험의 대부분은 부동산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업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은 1.5%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들의 느슨한 자산 평가 관행으로 인해 공식 통계가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 건전성이 약화되고 부실 채권 처리가 지연되면, 은행들은 1990년대 일본의 사례처럼 대출을 꺼리거나 회수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어 경제 냉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금융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5,000억 위안(약 95조 원) 규모의 공적 자본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건설은행과 중국은행을 포함한 4대 국영 은행은 이미 자본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은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농촌 지역 중소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주요 은행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즈호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의 나오키 츠키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국영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인수합병을 통해 중소 은행을 구제하고 점진적으로 부실 대출을 처리하는 것"이라며 "금융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빠르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