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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년 만에 러시아산 원유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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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년 만에 러시아산 원유 매입

사할린 블렌드 수입으로 안정적인 LNG 공급 보장
제재 대상 유조선 통해 도입...에너지 안보 차원 미국·EU 면제
2022년 10월 11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흑해 항구에 있는 셰스카리스 환적 단지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10월 11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흑해 항구에 있는 셰스카리스 환적 단지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본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은 유조선을 통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사할린 2호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에너지 안보 차원의 조치로 분석된다고 12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선박 추적 전문업체 크플러(Kpler)의 데이터에 따르면, 제재 대상인 선박 보이저(Voyager)는 6월 8일 타이요 오일(Taiyo Oil) 소유의 정유소에서 화물을 하역했다. 타이요 오일은 러시아 원유 구매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번 구매가 경제산업부(METI) 산하 천연자원에너지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METI 관계자도 이 요청을 확인했다.

보이저호는 지난 5월 말 사할린 2호 석유·가스 프로젝트에서 사할린 블렌드(Sakhalin Blend)라고 불리는 원유를 적재했다. 일본은 원유의 정기 공급이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과 EU로부터 원유 수령 면제를 받았다.

사할린 2는 일본 LNG 수입의 약 10%를 공급하는 핵심 시설이다. 초냉각 연료의 공급 가스는 원유와 함께 생산되는데, 혼합물을 운송할 수 없어 원유를 저장하는 현장 저장소가 가득 차면 업스트림 시설에서 생산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가스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METI 관계자와 타이요 대변인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기로 한 결정이 안정적인 LNG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할린 2호 프로젝트의 연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원유 저장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원유 반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밖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단체에 가입한 시민권자는 일반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부터 2차 제재를 받게 된다. 처벌에는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 상실과 미국 관할권 내 자산 동결이 포함된다.

그러나 METI 관계자는 재무부가 미국 당국과 함께 이 면제를 감안할 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박을 통해 석유를 수입하는 데 따른 2차 제재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EU는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공식적인 메커니즘이 없다.

일본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사할린 블렌드를 포함한 러시아산 석유의 정기 구매자였다. 2023년 1월 이후 미국과 EU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면제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중단했었다.

사할린 2호는 원래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Gazprom), 쉘(Shell), 일본 무역회사 미쓰이물산(Mitsui &Co.), 미쓰비시상사(Mitsubishi Corp.)가 소유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Shell은 프로젝트에서 철수했지만 일본 회사들은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원유 수입은 일본이 에너지 안보와 국제 제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복잡한 상황을 보여준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자국의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우선시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특히 일본은 LNG 수입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완전한 단절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관계를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