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관세·원조 삭감으로 미국 불신 확산...안보 공약은 유지
아세안 47.7% "미-중 양자택일 시 중국 선택"...지역통합 가속화
아세안 47.7% "미-중 양자택일 시 중국 선택"...지역통합 가속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아세안 경제에 10%에서 49%에 이르는 대규모 '호혜적' 관세를 발표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아세안의 총 상품 교역량이 4,768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관세 위협은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대외원조 삭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의료, 지뢰 제거, 시민사회 지원 등 장기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중단됐고, 6월 9일부터는 미얀마와 라오스 국민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까지 발효됐다.
워싱턴 퀸시연구소의 사랑 시도어 글로벌사우스 프로그램 책임자는 "아세안이 워싱턴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강화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 불신뢰성이 다각화를 위한 구조적 동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세안 국가들의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필리핀은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도 일본, 호주와의 방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현재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중국과의 협력 심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ISEAS-Yusof Ishak 조사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11개국 응답자의 47.7%가 단일 강대국과 제휴해야 한다면 미국 대신 중국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신뢰도 급락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역 통합과 다자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아세안, 걸프협력회의(GCC), 중국 정상들이 쿠알라룸푸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공급망·인프라·금융 협력 심화를 논의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중국 주도 브릭스의 정회원국이 됐고, 베트남도 이달 파트너로 가입했다.
외교정책연구소의 펠릭스 창 선임연구원은 "아세안과 미국 사이에 노골적인 균열이 생기거나 미국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선호가 다소 줄어들면서 분열된 선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요코스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한 응우옌 연구원은 "경제력과 소프트파워를 해체하면서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이 지역이 미국 개입을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4월 발표한 관세는 90일간 유예됐지만, 아세안은 이미 새로운 무역 상대국 발굴에 나섰다. 시도어 연구원은 "워싱턴의 정책 예측 불가능성은 이 지역이 다국적 연계 강화와 지역 통합 확대를 통해 보험 정책을 추구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