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13개 도시서 7000명 감염…비협조 가구엔 전기 공급 중단
수년간 이어지는 극심한 관절통 특징…'몸 뒤트는 병'으로도 불려
수년간 이어지는 극심한 관절통 특징…'몸 뒤트는 병'으로도 불려

6일(현지시각) 영국 BBC와 뉴욕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치쿤구니야열은 홍콩과 이웃한 광둥성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이 병은 일반적으로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새로운 환자가 약 3000명 나왔고 확산세가 가파르다. 본래 중국에서는 드문 질병이었으나, 지난 7월 8일 불산(佛山)시에서 첫 해외 유입 사례가 나오자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현재 불산시는 감염자가 가장 많은 최대 피해 지역이며, 이달 4일에는 홍콩에서도 12세 소년이 처음으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 '제로 코로나' 연상시키는 강력한 통제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당국은 강력한 통제에 나섰다. 남방일보는 광둥성 안의 감염자들을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병원 내 모기장 설치 공간에 격리하는 등, 코로나19 유행 때와 흡사한 조치를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당국은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 모기 유충의 서식지인 물웅덩이를 없앴는지 확인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중국 정부 통지에 따르면,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주민은 '감염병 예방 방해' 혐의로 벌금형에 처하거나 형사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실제로 불산시 난하이구에서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최소 5가구의 전기 공급을 끊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모기 유충인 애벌레를 잡아먹는 천적 '왕개'를 자연에 풀고, 연못에 물고기를 방류해 애벌레를 없애는 등 여러 노력도 함께 펼치고 있다. 대규모 살충제 살포는 물론, 드론까지 동원해 모기 서식지를 추적하며 방역망을 좁히고 있다.
◇ 극심한 관절통이 특징…백신은 미국만 승인
치쿤구니야열은 모기를 통해 감염되며 두통, 근육통, 구역, 발진 등을 동반하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부분 증상은 2주 안에 사라지지만, 일부 환자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이어지는 극심한 관절통을 겪는다. 이 격렬한 관절통이 치쿤구니야열의 가장 큰 특징이다. 병명 자체도 탄자니아 현지 키마콩데어로 '휘다, 구부리다'를 뜻하며, 심한 관절통으로 몸을 구부린 환자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 특징이 없으면 뎅기열이나 지카열로 오진할 수 있어 정확한 감염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전파는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무는 방식으로만 이뤄지고, 사람 사이 직접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감염자를 문 모기는 새로운 전파 매개체가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18세 이상을 위한 생백신 '익스칙(IXCHIQ)'과 12세 이상에게 쓰는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 백신 '빔쿠니아(VIMKUNYA)' 두 종류가 승인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발생 지역 여행자에게만 이 백신들을 맞으라고 권고한다.
미국 안에서는 2019년 이후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해외 감염 유입은 꾸준하다. 2021년 36건까지 줄었던 감염 보고는 다시 늘어나는 추세로, 지난해에는 199건, 올해는 지금까지 46건이 나왔다.
CDC는 현재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태국, 필리핀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감염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번 사태의 중심지인 중국 불산시에 '여행 경계 2단계'를 발령하고, 해당 지역 여행자는 백신을 맞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한편 긴 옷을 입는 등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임산부는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