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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베트남·필리핀에 조선소 투자… 美-中 경쟁 속 '해외 거점'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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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베트남·필리핀에 조선소 투자… 美-中 경쟁 속 '해외 거점' 확장

필리핀 수빅만 파산 조선소 '부활'… 7천 명 고용, 연간 10척 선박 건조 목표
"국내 노동력 부족·노조 긴장 완화" 기대… 中, '해외 진출' 불필요하다며 '우위' 자신
한국 울산에 있는 HD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전체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울산에 있는 HD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전체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의 조선 지배력을 억제하려는 가운데, 한국의 HD현대그룹이 필리핀과 베트남에 조선소 투자를 확대하며 해외 거점 확보에 나섰다.

이는 한국 조선소들이 고질적인 노동력 부족과 국내 노동조합과의 긴장이라는 제약을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1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HD현대는 10년 임대 계약을 통해 필리핀의 파산 조선소였던 수빅만 조선소(Subic Bay Shipyard)를 되살릴 계획이다. 마닐라 타임스에 따르면 HD현대는 총 5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2026년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최대 10척의 선박을 건조하고 총 7,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조선소는 한국 한진중공업이 2006년 개장했으나, 2019년 파산 신청으로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한편, HD현대그룹의 조선 부문인 HD한국조선해양엔지니어링은 베트남 국영 해운회사인 베트남 해양공사(VIM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력은 베트남 조선 산업 발전, 회사 선단 업그레이드, 기술 이전, 인적 자원 교육에 중점을 둘 것이다.

HD현대는 이미 1996년 동남아시아에 설립한 합작 법인인 현대베트남조선에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여, 2030년까지 연간 최대 23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이전하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삼호의 배재석 인사담당 이사는 "외국인의 기여가 한국의 조선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주요 조선소 엔지니어는 한국의 해외 진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 투자한 조선소가 여전히 생산 능력이 제한적이며, 주로 소형 선박 주문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충분한 역량과 안정적인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역량을 추구할 필요성에 직면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우위를 자신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유휴 상태이거나 파산했던 조선소들을 재활성화하며 조선 능력을 확장해 왔다.

한국 조선소들이 로봇 배치,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해외 투자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중국의 지배력에 맞서고 있지만, 중국은 압도적인 규모와 안정적인 노동력을 바탕으로 조선 시장의 선두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