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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얄에코트레인개발, 랑카위 자기부상열차 사업 잠정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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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얄에코트레인개발, 랑카위 자기부상열차 사업 잠정 보류

타당성 조사 결과 '시기상조' 결론…연 500만 관광객으론 수지타산 안 맞아
사업 완전 취소는 아냐…한국 기업, TOD·스마트 교통 등 대체 투자 모색
말레이시아 랑카위의 해변. 랑카위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는 한국의 로얄에코트레인개발이 주도했으나, 최근 타당성 조사에서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잠정 보류됐다. 회사 측은 사업을 완전히 취소한 것은 아니라며 대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카즈 오토 미디어이미지 확대보기
말레이시아 랑카위의 해변. 랑카위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는 한국의 로얄에코트레인개발이 주도했으나, 최근 타당성 조사에서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잠정 보류됐다. 회사 측은 사업을 완전히 취소한 것은 아니라며 대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카즈 오토 미디어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휴양지 랑카위를 최첨단 교통의 중심지로 바꾸려던 자기부상열차 건설 계획이 사업성 부족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잠정 멈춰 섰다고 카즈 오토 미디어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마다 400만~500만 명 수준인 현재 관광객 규모로는 수십억 달러로 추정되는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종합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였던 한국 투자사는 계획을 보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케다주의 하임 힐만 압둘라 산업·투자·고등교육·과학·기술·혁신 담당 행정의원은 "한국 투자 파트너사가 지난해 수행한 종합 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압둘라 의원은 주정부 역시 "이처럼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너무 이르게 시행하는 것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반드시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주정부 또한 국제 투자 유치 경쟁 속에서 '지역의 실제 수요에 맞는 프로젝트'를 우선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 4월 29일, 주정부투자기관인 퍼모달란 케다 버르하드(PKB)가 한국의 로얄에코트레인개발(RETD)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말레이시아의 Q-plex가 현지 전략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랑카위를 아시아 관광 교통의 혁신 모델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한국 전문가들이 6개월 동안 연구를 이끌어 새로운 철도 시스템과 통합 상업 중심지를 짓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 완전 철수 아닌 '숨 고르기'…미래 재추진 여지 남겨
이번 결정은 사업을 완전히 취소한 것이 아니라 '보류'한 데 가깝다. 하임 힐만 의원은 "해당 한국 기업은 역세권 복합개발(TOD), 상업 프로젝트, 스마트 교통 기반 시설 등 다른 투자 기회를 여전히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는 실제 수요와 신중한 계획에 따라야 하므로 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인구와 관광객이 충분히 늘어난다면 랑카위의 새로운 철도 시스템은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광객이 해마다 1000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거나 중국, 일본 등 제3의 국제 투자자와 협력이 이뤄진다면 사업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 '거대 계획'보다 '실리'…대체 교통 사업 기회는 여전

한편, 랑카위의 다른 개발 사업들은 활기를 띠고 있다. 압둘라 의원은 "새로운 투자자들이 이미 랑카위 안에 영향력 있는 상업과 주거 프로젝트를 하도록 승인받았다"며, 자세한 내용은 주지사(Menteri Besar)가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초대형 기반 시설 프로젝트 대신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고급 상업·주거 복합단지 개발로 투자 유치 방향이 바뀌는 최근 흐름을 보여준다. 과거 말레이시아에서는 큰 기반 시설 계획이 재정 현실성이 모자라 무산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결정 역시 '관광지에 특화한 초대형 프로젝트는 시기상조'라는 현실에 맞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비록 자기부상열차 기술 수출은 보류됐지만, 말레이시아가 실제 TOD나 스마트 교통 프로젝트에는 긍정적이어서 앞으로 경전철(LRT), 스마트버스망 같은 대체 교통 기반 시설 부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로는 랑카위는 고급 리조트와 상업 중심지 개발에 힘을 쏟고, 중장기로는 관광과 스마트 이동 수단을 합친 모델을 만들어 나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