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는 배출가스가 없는 친환경 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기차를 급속충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공해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충전기 냉각팬이 바닥에 쌓인 먼지와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입자를 일으켜 주변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도시 평균치의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18일(이하 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미국 UCLA 환경보건학과 이팡 주 교수 연구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대 50곳의 급속충전기를 조사한 결과 충전기 전력 장치 인근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5㎍/㎥에 달했고 순간적으로는 200㎍/㎥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배경농도(7~8㎍/㎥)나 교차로·고속도로 부근(10~11㎍/㎥), 주유소(1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안전한 노출량이 없다”며 “전기차 충전기 주변 농도는 도시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전기에서 몇 미터만 떨어져도 농도가 크게 낮아지고 수백 미터 밖에서는 차이가 없다”며 충전 대기 중에는 충전기 근처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미세입자가 충전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냉각팬이 지면과 충전기 내부에 쌓인 먼지를 일으켜 생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된 원인은 브레이크와 타이어 마모 입자지만 일반 흙먼지와 주변 오염물질도 섞여 있었다.
마이클 제럿 UCLA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하거나 혈류로 이동해 심장·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건강 취약층일수록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충전 시 마스크 착용이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전기차는 주행 과정에서 배출가스가 전혀 없어 내연기관차보다 환경적으로 유리하다고 인사이드EV는 전했다. 다만 연구진은 “충전 중에는 충전기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전기차의 친환경적 장점은 여전히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