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보다 'AI 네이티브' 선호…기업들, 20대 인재 영입 전쟁
기본급 20만 달러에 지분까지…"25세 미만에 100만 달러 가능"
기본급 20만 달러에 지분까지…"25세 미만에 100만 달러 가능"

신입 사원 고용 시장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대졸 신입 사원의 실업률은 4.8%로, 전체 근로자 실업률 4%를 웃돌았다. 이런 침체의 배경에 AI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머신러닝 경험을 갖춘 인재들은 전례 없는 기회를 잡고 있다.
◇ '억대 연봉·초고속 승진'…데이터로 본 AI 인재 가치
AI 인력 채용 회사 버치 웍스(Burtch Works)의 최신 보고서는 이런 흐름을 수치로 증명한다. 경력 3년차 이하 AI 분야 직무의 기본급은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약 12% 급증해, 다른 기술 직군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또한 AI 분야 인력은 비슷한 연차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보다 약 두 배 빠르게 관리직으로 승진한다. 근무 연수가 아닌 오직 기술 역량과 성과만으로 승진 사다리를 단숨에 오르는 것이다.
기업들은 기성 인력보다 젊은 'AI 네이티브'를 찾는 데 적극적이다. AI 붐을 타고 기업 가치가 급등한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는 올해 대졸 신입 채용 규모를 세 배로 늘린다. 데이터브릭스의 알리 고드시 최고경영자(CEO)는 "신입 직원들은 AI 네이티브 세대여서, 오히려 경력이 많은 인력들이 AI 기술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데이터브릭스의 채용 공고에 따르면, 2년 경력의 생성형 AI 연구 과학자는 기본급 19만 달러(약 2억 6300만 원)에서 26만 달러26만 달러(약 3억 6000만 원)를 받는다. 주식 옵션을 더한 전체 보상은 이를 훨씬 웃돈다. 고드시 CEO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젊은 직원들이 높은 보수를 받고 있다"며 "25세 미만에도 100만 달러(약 13억 8700만 원)를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AI 네이티브' 모시기 경쟁
AI 인재 시장 안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난다. 쿠모.AI(Kumo.AI)의 공동 창업자인 유레 레스코벡 스탠퍼드 대학교 컴퓨터 과학 교수는 두 부류의 인재가 시장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20대 초반에 대학원 등에서 뛰어난 연구 실적을 내고 박사 과정을 조기에 마친 뒤, 별다른 산업계 경력 없이도 기업들의 거액 제안을 받는 엘리트 그룹이다. 레스코벡 교수는 "그들의 연봉에 붙는 0의 개수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
둘째는 AI 도구를 능숙하게 쓰는 실무형 인재다. 이들은 빠른 학습과 기술 활용 능력으로 기존 프로그래머와 격차를 벌리며 '차세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평가받는다.
보상 데이터 분석 업체 레벨스.fyi(Levels.fyi)의 집계에 따르면,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 등에서는 경력 1년 미만 머신러닝 엔지니어에게 연봉 20만 달러(약 2억 7700만 원) 이상을 준다. AI 기업에서 100만 달러(약 13억 8700만 원) 이상 보상을 제안받았다고 사용자가 직접 밝힌 사례만 42건에 이른다.
최근 메타와 역인수합병을 진행한 스케일 AI(Scale AI)는 전체 직원의 약 15%가 25세 미만이다. 이곳 대졸 신입 사원의 기본급은 연 20만 달러(약 2억 7700만 원) 수준에서 시작한다. 스케일 AI의 애슐리 시프탄 인사 책임자는 "우리는 경력 초기의 AI 네이티브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채용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젊은 핵심 인재를 빼가려는 경쟁사에 법적 조치를 경고하기도 했다.
카네기 멜런 대학교 졸업생 릴리 마(22)는 여러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하고 스케일 AI에 합류했다. 그가 거절한 제안에는 회사 지분 1%를 약속한 스타트업도 있었다.
AI 안전 및 리스크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CTGT의 시릴 골라(23) 공동 창업자는 회사 평균 나이가 21세라고 밝혔다. 이곳 직원 일부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50만 달러(약 6억 9300만 원)를 넘는다. 골라 공동 창업자는 최근 AI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한 16세 청소년에게서 입사 문의를 받기도 했다며 "몇 해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AI 네이티브 세대는 단순 프로그래밍 기술을 넘어 생성 AI 같은 첨단 분야에서 기업의 핵심 인재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