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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덱, 경영진 주도 분식회계 의혹에 주가 22% 폭락…사상 최대 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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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덱, 경영진 주도 분식회계 의혹에 주가 22% 폭락…사상 최대 낙폭

자회사서 시작된 회계부정, 본사로 확산…손실처리 의도적 지연 정황
M&A 성장 신화의 그늘…'제2의 도시바' 사태 재연 우려에 시장 '충격'
일본 모터 대기업 니덱이 경영진 주도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외부 조사에 직면했다. 자회사에서 시작된 회계 부정 문제가 본사로 번지며 손실 처리를 의도적으로 지연한 정황이 드러나, 시장에서는 '제2의 도시바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모터 대기업 니덱이 경영진 주도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외부 조사에 직면했다. 자회사에서 시작된 회계 부정 문제가 본사로 번지며 손실 처리를 의도적으로 지연한 정황이 드러나, 시장에서는 '제2의 도시바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로이터
일본의 세계적인 정밀 모터 제조사 니덱(Nidec)이 경영진 주도의 대규모 '이익 부풀리기(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이자, 4일(현지시각) 주가가 사상 최대폭인 22.44%까지 폭락했다.

닛케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부터 전기차, 가전제품에 쓰이는 초정밀 모터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니덱은 지난 3일 본사와 계열사에서 부적절한 회계 처리 정황을 확인하고, 외부 전문가로 제3자 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특히 본사 경영진이 부실 자산의 손실 처리 시점을 의도적으로 늦췄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드러나면서, 단순한 회계 실수를 넘어선 조직적 분식회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中자회사서 시작된 의혹, 그룹 전체로 번져

이번 의혹은 지난 7월 22일 자회사인 니덱테크노모터가 본사 감사위원회에 '중국 법인(니덱테크노모터 저장)이 지난해 9월 말 거래처에서 받은 할인 성격의 구매 일시금 약 2억 엔(약 18억 원)을 부적절하게 회계 처리했다'는 취지로 보고하면서 불거졌다. 니덱 감사위원회가 자체 조사에 나서자 의혹은 중국 자회사를 넘어 본사와 다른 계열사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위험 자산의 손실 반영을 자의적으로 미루려 한 정황이 담긴 내부 자료가 나오면서 사태가 확산했다.
니덱은 자체 조사만으로는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제3자 위원회에 일임했다. 위원회는 니시무라 아사히 법률사무소의 히라오 사토루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공인회계사를 포함한 외부 전문가 3명으로 구성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사실관계 규명과 원인 분석,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선다.

◇ 공격적 M&A의 그늘…내부통제 부실 도마에

이번 사태는 니덱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창업주 겸 명예회장이 주도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의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0개가 넘는 해외 계열사를 두며 급성장하는 동안 내부 통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의혹은 지난 6월 불거진 일부 모터 제품의 원산지 신고 오류 및 관세 미납 가능성 문제를 조사하던 중 드러났다. 니덱은 이 문제 탓에 지난해 회계연도(2025년 3월 말 종료) 유가증권 보고서를 법정 기한인 6월 30일까지 내지 못했고, 제출 시한을 오는 9월 26일로 연기했다.

니덱은 이번 의혹에 연루된 경영진의 신원이나 자산 종류를 밝히지 않은 채 "제3자 위원회 조사에 전면 협조하고 있으며, 주주와 투자자께 심려를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고만 했다.

한편 이날 니덱 주가 폭락으로 올해 들어서만 주가는 10.61%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 지수가 5.1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가 과거 도시바와 올림푸스 회계 부정처럼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대형 스캔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