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모델 벤치마킹·세제 혜택 제공, 연말 의회 표결 추진

세제·규제 혜택 제공, 싱가포르 법체계 검토
이번 계획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 금융특구에 세제와 규제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에서 기업들이 오랫동안 애로사항으로 지적한 번거로운 관료주의와 복잡한 행정절차를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당 지역에 별도 법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며, 기업 친화 환경으로 정평이 난 싱가포르 법체계를 본보기로 검토한다고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밝혔다. 인도 구자라트 국제금융기술도시(GIFT시티)와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를 참고 모델로 삼았다.
재무부와 국가경제위원회가 주도하는 이 구상은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의 지지를 받는다. 달리오는 대통령 비공식 자문역을 맡았다. 조디 마하르디 국가경제위원회 대변인은 "정부는 국가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 현대적이고 투명한 금융센터를 만들려 한다"며 "이 센터가 글로벌 투자와 인도네시아 실물부문의 실질 기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달리오, 재무부는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들은 현재 연말 의회 표결을 목표로 초안을 작성 중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금융도시'로 이름붙인 이 구상은 아직 개념 단계이며 바뀔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경제성장률 둔화 속 1119조 원 투자 절실
이번 발리 금융허브 계획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투자 감소와 소비자 신뢰 하락 속에서 경제성장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인도네시아 2025년 경제성장률을 4.9%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5% 성장에서 둔화한 수치다.
인도네시아 부유층 사업가들은 프라보워 대통령의 불평등 해소 시도를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9년까지 경제성장률 8%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이루려면 앞으로 약 4년간 1경3000조 루피아(약 7840억 달러, 약 1119조 원)의 직접투자 유치가 필수다.
이번 구상은 루훗 판자이탄 전 선임장관이 작년 발리를 패밀리 오피스 허브로 만들자고 제안한 데서 발전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과밀화·경쟁 속 실현 가능성 의문
다만 발리의 심각한 과밀화 문제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새 호텔과 도로 건설이 힌두 사원을 위협하고, 발리 담수의 65% 이상이 리조트와 수영장으로 공급되면서 마을들은 지하수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 구상 지지자들은 발리의 국제적 매력이 금융기업들을 끌어들일 것이며 과밀화 문제는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인도 GIFT시티 사례도 금융허브를 처음부터 만드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 도시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대부분 지역이 건설 중이고 중심부에 식당과 오락시설이 없어 사람들이 중심지에 사는 것을 꺼린다.
더욱이 발리 구상은 인도네시아 동남아 이웃 나라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허브로 자리잡았고, 필리핀은 투자자 유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베트남은 지난주 FTSE 러셀로부터 신흥시장 지위로 올라섰으며, 호찌민시에 국제금융센터를 만들려고 172조 동(약 65억 달러, 약 9조28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는 또한 해안도시 다낭도 금융허브로 키우려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