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실적, 車 부문 10%대 역성장…中 EV 가격전쟁 직격탄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비(非)중국 생산'으로 위기 돌파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비(非)중국 생산'으로 위기 돌파
이미지 확대보기독일의 거대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가 2025 회계연도를 마무리하며 '전차(電車) 부진'과 'AI 약진'이라는 선명한 대비가 드러나는 성적표를 공개했다. 2025 회계연도를 '안정된 실적 속 구조 전환의 해'로 마무리한 인피니언은, 핵심 사업인 자동차 부문이 중국발 전기차(EV) 가격 전쟁의 직격탄을 맞으며 경고등이 켜진 반면,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했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피니언은 자동차 부문의 단기 부진을 인정하며 신중한 전망을 내놓는 한편, AI 관련 매출 목표를 대폭 높이며 시장의 우려를 상쇄하는 '양면 전략'을 본격화했다.
2025년 실적, '전력·센서'가 '자동차' 부진 메웠다
인피니언은 지난 12일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실적은 엇갈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사업 부문별 희비는 명확했다. 전력 관리와 에너지 효율 애플리케이션을 다루는 '전력 및 센서 시스템(PSS)' 부문은 4분기 매출 11억 8900만 유로(약 2조 213억 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1% 급증, 사실상 인피니언의 실적을 이끌었다.
반면, 최대 매출원이었던 '자동차(Automotive)' 부문은 세계 전기차 수요 둔화와 재고 조정의 탓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7% 감소한 19억 2100만 유로(약 3조 2658억 원)에 그쳤다. '산업용 전력 제어(IPC)' 부문과 '커넥티드 보안 시스템(CSS)' 부문 역시 각각 7.95%, 9.11% 매출이 감소하며 부진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인피니언은 자동차와 산업용 수요 부진에도 거시 경제의 난관 속에서도 회복탄력성을 입증했다.
中 가격전쟁 직격탄…'주력' 자동차 반도체 '빨간불'
문제는 핵심인 자동차 부문의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점이다. 인피니언의 요헨 하네베크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실적 발표에서 중국 EV 시장의 도전과 전력 모듈의 경쟁 압력을 강조하며 자동차 사업부의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가 감소하고 유럽은 완만한 성장에 그친" 반면, "중국 EV 시장은 자동차 제조업체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 구매팀들이 대량 구매 품목인 전력 인버터와 IGBT, MOSFET 등 전력 모듈 같은 핵심 부품의 비용 절감을 최우선시하면서 가격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피니언은 전력 모듈 사업의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요헨 하네베크 CEO는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 모듈 분야가 "상당한 경쟁 강도"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교체가 어려운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용 이더넷과 레이더 솔루션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며 일부 약세를 상쇄할 전망이다. 하네베크 CEO는 현재 접근 방식을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럽다(Prudently cautious)"고 묘사하며 "시장 상황 개선은 '뜻밖의 호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26 회계연도 자동차 부문 성장률은 인피니언의 전반적인 완만한 성장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中 가격경쟁 피한다…'비중국 생산'과 '선택과 집중'
이러한 자동차 시장의 구조 위기에 맞서 인피니언은 '생산기지 다변화'와 '전략 생산 재배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네베크 CEO는 "비(非)중국 생산기지의 존재가 경쟁 우위"라고 평가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 등의 거점이 있어 공급망 위험과 중국 내 파괴적인 가격 경쟁을 피할 '전략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회사는 손익 악화가 우려되는 EV용 전력 모듈 제품의 생산은 축소하는 대신, 기술 주도권 유지를 위해 MCU(차량용 제어칩),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을 지원하는 이더넷 솔루션, 77GHz 레이더 센서 등에 투자를 집중하는 '선택 경쟁' 전략을 분명히 했다.
AI 데이터센터, 새 '캐시카우' 급부상
이처럼 자동차 부문이 주춤하는 사이, 인피니언은 AI에서 확실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네베크 CEO는 "AI 인프라에 대한 세계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것이 AI 데이터센터용 인피니언 전원 공급 솔루션의 강력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피니언이 2026 회계연도 이 부문 매출 목표로 잡은 15억 유로(약 2조 5500억 원)는 기존 10억 유로(약 1조 7000억 원)에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수치다.
또한 2030년 말까지 이 시장의 공략 가능한 규모가 80억 유로(약 13조 6000억 원)에서 120억 유로(약 20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온세미컨덕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울프스피드 등 쟁쟁한 기업들이 경쟁하는 분야다.
하네베크 CEO는 "혁신, 개발 속도, 우수한 제조 역량, 광범위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자신했다.
회사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블룸버그 시장 기대치와 일치하는 약 36억 유로(약 6조 1200억 원)로 전망했으며, 한 해 약 11억 유로(약 1조 8700억 원)의 잉여 현금 흐름 창출과 약 22억 유로(약 3조 7400억 원)의 총투자를 계획하는 등 전략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2026 회계연도 전체로는 상반기 수요 정체 후 하반기 점진적 회복을 의미하는 '완만한 시작(slow start)과 강한 마무리(stronger finish)'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전문가들 "신중하지만 달성 가능…AI가 마진 우려 상쇄"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인피니언의 2026년 전망치가 '신중하지만 달성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바클리스의 사이먼 콜스 애널리스트는 "40% 초반대의 예상 매출 총이익률은 가동률 저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지만, 15억 유로(약 2조 5500억 원)로 높아진 AI 매출 목표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모건 스탠리의 리 심슨 애널리스트 역시 지속적인 가격 압박을 인정하면서도 한 자릿수 중반의 성장 전망을 예상해왔다고 분석했다.
씨티의 앤드루 가디너 애널리스트는 인피니언의 전망이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시사한다며, 현재 시장 기대치 추정치의 하방 위험은 제한된다고 진단했다.
인피니언은 2026년을 'AI 전력 반도체 전환기'로 규정하고, 단기적으로는 중국 EV 시장의 가격 경쟁과 거시경제 둔화라는 위험을 관리하는 '신중하지만 기민한 대응(Prudently cautious)'에 나선 모습이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관리, SDV에 바탕을 둔 통신 칩, 그리고 그린 에너지 관련 전력 효율 부품을 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성장이 정체되는 동안 에너지 효율, AI 인프라, 연결성(Connectivity) 분야로 자원을 과감히 이동시키며 사업 구성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체질 개선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