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美 공장 부품 전면 교체 지시…1~2년 내 '탈중국' 목표
GM도 '2027년 중국산 조달 중단' 동참…공급망 재편 가속
GM도 '2027년 중국산 조달 중단' 동참…공급망 재편 가속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자동차 기업 테슬라와 제너럴 모터스(GM)가 자사 공급망에서 중국산 부품을 퇴출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 변동성이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비용 절감보다 공급망 안정성을 우선하는 ‘탈(脫)중국’ 전략이 미국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대해 공급업체들에 중국산 부품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지시에 따라 테슬라와 협력사들은 이미 일부 중국산 부품을 대체했으며, 남은 관련 부품 전부를 향후 1~2년 내에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수년간 이어진 미·중 무역 분쟁과 그에 따른 지속적인 관세 조정이 자리하고 있다. 관세 변동성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가격 책정 전략을 복잡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4월, 테슬라가 이미 지난 2년간 미국 공장의 북미 공급업체 의존도를 크게 높여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상승하는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
한편, 테슬라의 중국 시장 내 성과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10월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6만 1497대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이는 9월의 전년 동기 대비 2.8% 성장에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 3와 모델 Y(수출 포함)의 생산량 역시 9월 대비 32.3% 급감했다.
2025년 내내 '위기 모드'…관세·희토류에 흔들린 美 자동차 업계
테슬라뿐만 아니라 GM 역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2일 GM이 수천 개의 공급업체에 중국산 부품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GM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회사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지시를 내렸으며, 일부 공급업체는 이르면 2027년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조달을 완전히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GM은 2024년 말부터 일부 공급업체에 이 같은 요구를 전달하기 시작했으나, 2025년 들어 미·중 무역 전쟁이 급격히 격화하면서 이 과정이 더욱 시급해졌다. GM 경영진은 이번 조치가 공급망 안정성과 통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2025년 내내 지속된 미·중 긴장 관계는 자동차 업계 경영진을 '위기 대응 모드'로 몰아넣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더불어 희토류 병목 현상,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한 반복적인 공포는 더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중국을 핵심 부품 및 원자재 공급원으로 의존하는 전략을 재평가하도록 만들고 있다.
GM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및 반도체 공급망을 재구축하며 미국 희토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네바다 리튬 광산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이번의 새로운 지침은 자동차 조명, 전자제품, 금형, 프레스 부품 등 더 근본적이고 물량이 많은 부품 및 원자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다.
하지만 공급망 이전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콜린 쇼 미국 자동차 공급업체 협회(U.S. Vehicle Suppliers Association) 회장은 "많은 공급업체 관계가 구축되는 데 20~30년이 걸렸다"며 "단 몇 년 만에 이를 해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말 트럼프-시진핑 회담 이후 양국이 일부 관세 및 수출 제한을 철회하기로 합의했음에도, 희토류 수출 통제 및 반도체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넥스페리아(Nexperia)로의 선적을 중단한 조치는 대규모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경고를 촉발시켰다.
테슬라의 '한국 배터리' 카드…삼성SDI·LG엔솔 '이중 보험'으로 IRA 돌파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테슬라는 에너지 및 저장 장치(ESS) 사업의 공급망 구조조정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4일, 삼성SDI가 테슬라에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테슬라가 중국산 핵심 부품 의존도를 줄이는 또 다른 주요 단계로 간주되며, 삼성SDI는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신은 잠재적인 3년 계약 규모가 3조 원(약 21억 1000만 달러)을 초과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중국 '오토홈'은 삼성SDI 공시를 인용해 논의 중인 물량이 3년간 30GWh(연간 약 10GWh) 규모이며, 연간 1조~1조 5000억 원의 가치라고 전했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 사업에 중대한 변화가 될 전망이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 저장용 배터리를 CATL을 비롯한 중국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의 관세는 테슬라 에너지 부문에 '과도한 영향'을 미쳤다.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관세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외의 공급업체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테슬라는 이미 삼성전자(반도체) 및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3년간 5조 9000억 원 규모의 LFP 배터리 주문 역시 테슬라로부터의 수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분석가들은 삼성SDI가 테슬라의 북미 저장용 배터리 공급망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경우, 삼성과 LG가 '이중 보험' 체제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액 공제 요건을 충족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