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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험사의 ‘서류상 富’… 회계 마술 뒤에 숨겨진 수조 원대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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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험사의 ‘서류상 富’… 회계 마술 뒤에 숨겨진 수조 원대 폭탄

장부 가치보다 낮은 은행주 매입 후 ‘장기 투자’ 분류… 1조 원대 ‘가짜 이익’ 창출
회계상 이익은 현금 배당의 3배 이상… 부풀려진 자산, 결국 ‘악성 종양’ 될 위험
중국의 국영 다지아 보험 그룹은 2019년에 베이징에 있던 안방 보험 그룹의 옛 본사 건물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안방의 몰락은 형평법 사용에 대한 경고 사례가 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국영 다지아 보험 그룹은 2019년에 베이징에 있던 안방 보험 그룹의 옛 본사 건물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안방의 몰락은 형평법 사용에 대한 경고 사례가 되었다. 사진=로이터
중국 보험사들이 침체된 실적을 가리기 위해 정교한 회계 기법을 동원해 ‘장부상의 부(富)’를 창출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실질적인 현금흐름과 무관한 회계상 이익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왜곡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라고 닛케이아시아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 ‘부정적 영업권’의 마법: 120억 투자해 220억 자산 기록


최근 국영 다지아 보험(Dajia Insurance)을 비롯한 다수 보험사가 활용하는 수법의 핵심은 ‘지분법 회계’와 ‘부정적 영업권(Negative Goodwill)’의 활용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이 1 미만(보통 0.4~0.5)으로 거래되는 시중은행 주식을 대량 매입한다.

지분을 3% 이상 확보하고 이사회나 감사 자리를 차지해 해당 은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이 순간부터 해당 주식은 시가가 아닌 ‘순자산 비례 가치’로 장부에 기록된다.

예를 들면 다지아 보험은 산업은행 주식을 120억 위안에 샀지만, 은행의 장부상 순자산가치인 220억 위안으로 기록하며 차액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을 즉시 ‘비영업이익’으로 잡았다.

◇ 현금 없는 ‘종이 이익’…배당금은 회계 이익의 30%뿐


이러한 회계 처리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로 들어오는 돈보다 서류상 이익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배당 성향은 순이익의 30% 수준이다. 보험사는 은행이 벌어들인 이익 전체를 지분율만큼 장부에 기록하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은 그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매년 장부상 자산가치를 부풀리며 마치 대차대조표에 생긴 ‘양성 종양’처럼 계속 커지게 된다.

◇ 안방 보험의 비극이 남긴 교훈: ‘갈증 해소하려 독 마시는 꼴’


이러한 수법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다지아 보험의 전신인 안방 보험(Anbang)이다.

안방은 2010년대 민성은행 주식을 대량 매입해 지분법을 적용했으나 은행 주가가 장기 침체되면서 장부 가치와 시장 가격 사이의 괴리가 600억 위안(약 11조 원)까지 벌어졌다.

결국 다지아는 2023년 민성은행 지분에 대해 약 100억 위안의 거액 손상차손을 처리해야 했다.

◇ 2026년 보험업계의 ‘삼중 충격’ 우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장기 주식투자’ 전략이 대형 보험사들에는 미래 이익을 당겨 쓰는 기술일 수 있지만, 재무 상태가 취약한 소형 보험사들에는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부상 자산은 커지는데 실질 수익률은 낮아진다.

부풀려진 장부 가치 때문에 단일 자산 투자한도(5%)에 걸려 자산운용의 유연성이 사라진다.

시장 가격이 장부 가치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언젠가는 수조 원대의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야 한다.

결국 중국 보험사들이 누리고 있는 ‘서류상의 부’는 실제 위기를 가리는 가림막에 불과하며, 주가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2026년 이후 보험업계 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