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자금 조달에 올해 발행 1조7000억 달러…내년 발행 규모·차입 비용 동반 상승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채권시장 업계 단체 시프마(SIFMA) 자료를 인용해 11월 말 기준 올해 미국의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약 1조7000억 달러(약 2516조 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섰던 2020년의 1조8000억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FT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 급증은 비교적 낮은 차입 비용을 활용해 기존 부채를 재조정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동시에 메타, 알파벳, 아마존, 오라클 등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이를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관련 차입은 현재 전체 투자 등급 회사채 순 발행 규모의 약 30%를 차지했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에린 스팔즈버리 미국 투자등급채권 부문 책임자는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내년에는 회사채 발행이 더 늘어날 것이 거의 확실하며, 시장 역시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대비 기업의 차입 비용은 올여름 무역 긴장이 완화되고 위험자산이 강세를 보이자 1990년대 후반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최고 신용등급 기업들이 부담하는 가산 금리는 한때 국채 대비 0.74%포인트까지 낮아졌다.
이후 AI 관련 회사채 발행이 ‘홍수’처럼 쏟아지자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고, 현재는 해당 스프레드가 0.8%포인트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다시 확대됐다.
FT는 특히 AI 투자에 따른 차입 규모와 현재 매출 간의 불일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오라클의 최근 분기 실적에서는 매출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지만, 데이터센터 지출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기술주와 회사채 전반의 매도세를 촉발했다.
FT는 또한 내년 채권 발행이 AI 인프라 구축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댄 미드 투자등급채권 발행 담당 책임자는 “향후 3년 동안 매년 1조 달러가 넘는 부채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대규모 차환 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인수·합병(M&A) 거래 파이프라인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한 대규모 회사채 발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드는 “2026년 역시 매우 바쁜 발행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이며,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TD증권의 한스 미켈센 미국 신용 전략가는 “발행 물량 증가로 투자자들의 미국 회사채 수요가 압박을 받으면서, 최고 신용등급 기업의 국채 대비 차입 비용이 내년에 약 0.2~0.3%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