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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미·중 갈등 속 외줄타기... '제2의 베네수엘라'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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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미·중 갈등 속 외줄타기... '제2의 베네수엘라' 가능성 낮아

찬카이 메가포트 개통으로 중국 영향력 확대되나... 미·중 사이 실용적 균형 유지
강한 반미 노선 부재와 민주적 제도 작동이 베네수엘라와 차별화되는 핵심 요소
2023년 8월 22일, 페루 찬카이의 새로운 중국 메가 항구 건설 현장 근처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8월 22일, 페루 찬카이의 새로운 중국 메가 항구 건설 현장 근처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으로 남미 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략적 요충지인 페루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페루는 아시아 시장을 향한 광물 수출의 핵심 허브이자 중국의 메가 프로젝트가 진출한 지역이지만, 전문가들은 페루가 베네수엘라와 같은 극한 대립의 길을 걷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찬카이 메가포트, 경제적 요충지인가 군사적 위협인가


중국의 코스코 해운이 주도한 찬카이 항구는 투자액만 35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2024년 11월 개통된 이 항구는 남미와 아시아를 잇는 해상 노선을 재편할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서는 이 항구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주요 싱크탱크와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미 육군 전쟁대학의 R. 에반 엘리스 교수는 찬카이 항구가 즉각적인 군사 위협이 아니며 단기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역시 해당 항구가 상업적 목적에 충실하며 미국의 태평양 전략 태세를 변화시킬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입장에서는 서반구 뒷마당에 들어선 중국 자본이 껄끄러울 수 있으나, 이것이 정면충돌로 이어질 단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 베네수엘라와 결정적 차이... 회복력 있는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페루가 베네수엘라와 구별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시스템의 작동 여부다. 페루는 2016년 이후 7명의 대통령이 교체될 정도로 극심한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으나, 국가 기관은 여전히 제 기능을 유지하며 체제 붕괴를 막고 있다.

상하이대학교 장스쉐 교수는 리마 당국이 강한 반미 입장을 취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페루는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민주적 전환을 촉구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며 정교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페루를 주요 비나토(Non-NATO) 동맹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 또한 양국 관계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 광물 자원 둘러싼 미·중 경쟁의 중심지


페루는 세계적인 구리와 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광물은 국가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2022년 기준 페루 철광석 수출 시장의 95.5%를 중국이 점유할 정도로 경제적 밀착도가 높다.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전략이 전면적 침투가 아니라 광업과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페루의 경제는 광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외향적 구조여서 외부의 금융 및 공급망 압력에 취약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자원 거래가 제재로 인해 암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페루는 투명한 합법 시장 내에서 규칙에 따라 자원을 채취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정한 국제 질서와 규칙을 준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페루가 미·중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국제 질서의 안정성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강대국이 군사력과 같은 비시장적 수단으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면, 페루는 자국의 자원 가치를 활용해 양측 모두와 협력을 지속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