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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찬카이 항구', 中의 다음 '파나마 순간' 될까?… 美-中 중남미 패권 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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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찬카이 항구', 中의 다음 '파나마 순간' 될까?… 美-中 중남미 패권 경쟁 격화

페루 정치적 혼란에도 中 투자 지속 전망… 라틴 아메리카 무역 중심지 목표
트럼프, 파나마 운하 사례 언급하며 中 영향력 견제 시사… 美, 찬카이 항구 압박 가능성 제기
2023년 8월 22일 페루 찬카이에 있는 새로운 중국 대형 항구 건설 현장 근처에 선박이 정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8월 22일 페루 찬카이에 있는 새로운 중국 대형 항구 건설 현장 근처에 선박이 정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페루의 찬카이 항구가 중국의 다음 '파나마 순간'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투자한 이 심해 항구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뒷마당'으로 여기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핵심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최근 페루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이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견제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1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관측통들은 중국과 페루가 라틴 아메리카 국가의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합동 찬카이 항구 프로젝트를 둘러싼 "파나마 순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지난주 디나 볼루아르테(Dina Boluarte) 페루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었지만, 전문가들은 차기 행정부에서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파나마 순간'은 일반적으로 어떤 국가나 지역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해져서 강대국들 사이의 이권 다툼이나 영향력 싸움의 핵심적인 대상이 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특히, 그 중요성 때문에 외부 강대국의 개입이나 압력이 극심해질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페루는 중국 투자의 두 번째로 큰 수혜국이자 중국의 네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다. 리마 북쪽에 위치한 35억 달러 규모의 찬카이 심해 항구는 중국 국영 기업인 코스코해운(Cosco Shipping)이 건설 및 운영하며, 세계 무역을 성장시키려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일부다. 이 메가포트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운송 시간을 단축하고 남미로 가는 관문을 열어 글로벌 물류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사회과학원 라틴 아메리카 연구소의 궈춘하이(Guo Chunhai) 연구원은 페루의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향후 행정부 하에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궈 연구원은 "역사적 패턴을 살펴보면 중국은 오랫동안 페루의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였다"며, 역대 행정부가 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는 오랫동안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져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초에 이러한 입장을 강조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강력히 견제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전략적인 수로 중 하나에서 중국의 입지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 속에서 파나마에 운하 근처에서 중국과 연계된 항만 계약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미국의 압력에 힘입어 파나마도 올해 초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탄핵되기 훨씬 전부터 페루와 중국에서는 이미 찬카이 항구가 백악관의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미국이 중국 회사의 지분에 도전하기 위해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었다.

지난해 11월, 당시 트럼프 인수팀 고문이었던 마우리시오 클라버-카로네(Mauricio Claver-Carone)는 항구에서 나오는 모든 상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2024년 초, 페루 정부 측 변호사들은 코스코의 독점 운영자 지위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 시설을 다른 회사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그 사건은 항구가 개통되기 전에 철회되었다. 궈 연구원은 항구의 법적 틀이 이미 확립되었고 기존 법적 틀 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설명했다.

리마에 있는 파시피코 대학의 중국 및 아시아 태평양 연구 센터 소장인 신시아 산본(Cynthia Sanborn)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페루의 강한 의지가 이 프로젝트가 또 다른 "파나마 순간"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무역과 투자가 우리에게 기본이며 찬카이 항구가 이곳에서 널리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파나마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녀는 파나마와 같은 일부 주요 전략적 라틴 아메리카 국가와 비교할 때 페루는 워싱턴으로부터 "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페루에 대사조차 배치하지 않았다고 산본은 말했다.

같은 센터의 연구원 레올리노 두라도(Leolino Dourado)는 미국이 항구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페루의 강력한 경제적 의존으로 인해 리마가 이 과정을 유지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페루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자유무역협정을 위협할 경우 심각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서도, "페루는 여전히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남아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므로 그러한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루의 찬카이 항구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미국의 전통적인 영향력 지역인 라틴 아메리카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루의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와 중국의 전략적 투자가 미국의 압력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