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중 태양광 전쟁] 트럼프의 선택, 인도네시아에 104% 관세…한화솔루션은 웃고 동남아 공장은 운다

글로벌이코노믹

[미중 태양광 전쟁] 트럼프의 선택, 인도네시아에 104% 관세…한화솔루션은 웃고 동남아 공장은 운다

미국 상무부, 아시아 3개국 태양광에 최대 125% 상계관세 예비 결정…45억 달러 수입 시장 지각변동
태양광 패널 하나가 인도네시아를 거쳐 미국에 닿기까지, 이제는 100%가 넘는 관세 장벽을 뚫어야 한다.
태양광 패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머세드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머세드 캠퍼스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태양광 패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머세드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머세드 캠퍼스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상무부(DOC)는 지난 26(현지시각), 인도네시아·인도·라오스산 태양광 셀 및 모듈에 대한 상계관세(CVD) 부과 예비 판정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내 태양광 제조업계가 "아시아 각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저가 제품이 자국 산업을 잠식하고 있다"며 제기한 청원에 상무부가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인도 125%, 인도네시아 104%, 라오스 80%…숫자가 말하는 것


상무부가 공개한 예비 판정 자료에 따르면, 적용 관세율은 인도 125.87%, 인도네시아 104.38%, 라오스 80.67%. 이는 이른바 '보조금에 상응하는 상쇄 관세', 즉 상계관세다. 덤핑 관세와는 별개로 부과되는 만큼, 최종 판정에서 반덤핑 관세까지 추가될 경우 실효 세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상무부 집계를 보면 조치의 규모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한 해 이들 3개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태양광 제품 규모는 약 45억 달러(64900억 원). 이는 2025년 기준 미국 전체 태양광 수입량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미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사실상 아시아산 저가 패널의 주요 공급 경로를 한꺼번에 틀어막은 셈이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관세 조정이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진 중국 자본의 동남아 우회 수출을 원천 봉쇄하려는 구조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두고 중국산 자재와 기술력을 투입해 만든 패널을 '인도네시아산' 또는 '인도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수출해온 관행을 정조준한 것이다.

자카르타의 반격 "환적 제품만 해당, 국산은 15%로 막겠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즉각 대응 전선을 폈다. 율리엇 탄중(Yuliot Tanjung) 에너지광물자원부 차관은 27일 자카르타에서 기자들과 만나 "104%가 넘는 고율 관세는 원산지를 위장한 환적 경로 제품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상호무역협정(ART) 기준에 부합하는 완전한 국내 제조 공정을 거친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15% 이내의 세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절약국(EBTKE) 총국도 조만간 현장 실사를 진행해 실제 인도네시아 생산 물량과 라벨만 교체한 우회 물량을 분리 검증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엔 반사이익, 그러나 공급망 경색이라는 복병


국내 업계 시각에서 이번 조치는 '기회''위험'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미국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 대규모 현지 생산 설비를 갖춘 한화솔루션 큐셀은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인도네시아·인도산 패널에 100% 이상의 관세 장벽이 세워지면서,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한국계 기업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거두지 않는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 태양광 설치 시장의 상당 물량이 동남아 저가 패널로 채워져 왔다""공급망 경색이 장기화할 경우 설치 단가 상승과 전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보조금 조사 범위가 향후 한국 기업의 동남아 생산 법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KCMI)"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이 정교해질수록, 한국 기업은 단순 우회 수출이 아닌 현지 공급망 내 입지 강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비 판정 이후…최종 결정까지 변수 남아


이번 상계관세 조치는 '예비 판정' 단계다. 최종 판정까지는 수개월의 행정 절차가 남아 있어, 관세율이 조정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제조업 보호를 핵심 기조로 삼고 있는 만큼, 제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동남아시아를 경유한 태양광 우회 수출이라는 경로가 사실상 봉쇄된 지금,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무게 중심은 이제 '어디서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만들었다고 증명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