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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패권전쟁] 트럼프, '엔비디아·AMD 칩' 전 세계 수출에 미국 허가 의무화 추진…AI 반도체 패권 틀어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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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패권전쟁] 트럼프, '엔비디아·AMD 칩' 전 세계 수출에 미국 허가 의무화 추진…AI 반도체 패권 틀어쥔다

상무부 BIS 승인 없이 AI 칩 구매 불가…현행 40개국 규제, 사실상 전 지구로 확대
GPU 20만 개 이상 초대형 프로젝트, 정상 간 협상 사안 격상…'투자 맞교환' 조건 가시화
화웨이 AI칩 쓰는 나라엔 무역제재 경고…미국, 글로벌 AI 인프라 심판 자처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이제는 '미국의 승인서'가 먼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이제는 '미국의 승인서'가 먼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이제는 '미국의 승인서'가 먼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AMD 등 미국 기업이 생산하는 AI 반도체(가속기)를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미국 정부 허가 없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 인허가 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현지시간 5일 단독 보도했다. 이번 방안이 현실화되면 AI 칩은 단순한 첨단 부품이 아니라 외교 협상 카드이자 전략 자산으로 격상된다.

AI 가속기 수출 규제 구조 한눈에 보기.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AI 가속기 수출 규제 구조 한눈에 보기.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소규모'도 면허, '대형'은 외교 테이블로


미 상무부 수출 관리국(BIS)이 검토 중인 초안의 골자는 규모에 따른 3단계 차등 통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GB300'1000개 미만으로 구입할 경우에는 비교적 단순한 심사와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이상의 클러스터(서버 집합체) 구축 시에는 수출 면허를 사전에 취득해야 하며, 미국 관료가 현장을 직접 실사하는 조건이 부과될 수 있다.
가장 강도 높은 규제는 단일 국가 내 한 법인이 GB30020만 개 이상 확보하려 할 때 발동된다. 이 경우 구매는 기업 간 계약의 영역을 벗어나 미국과 해당 국가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하는 외교 사안으로 전환된다. 영국 클라우드 기업 NScale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미국·유럽 데이터센터 4곳 공급 계약이 이 기준선에 해당하는 규모로 알려졌다.

UAE '1달러엔 1달러' 선례…화웨이 고립 + 밀수 차단…두 마리 토끼 겨냥


초대형 물량을 확보하려는 국가에 부과될 핵심 조건은 '미국 내 상응 투자'. 아랍에미리트(UAE)2025년 엔비디아 칩 수입 허가를 받으면서 자국의 AI 투자액과 동일한 금액을 미국에 재투자하는 조건(달러 대 달러 비율)에 합의한 사례가 이미 선례로 굳어졌다. 1기가와트(GW) 규모 이상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프랑스와 인도 역시 앞으로 미국 측과 직접 협상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번 허가제는 중국 화웨이 억제라는 또 다른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화웨이의 AI 가속기를 도입하는 국가에 무역 제재 위반 가능성을 직접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칩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허가제가 시행되면 말레이시아·태국 등 제3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반입되는 우회 수출 경로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 미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 반도체·AI 산업이 받을 파장


이번 규제는 한국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국내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와 대기업 계열 AI 연구소들은 최근 수천 개에서 수만 개 단위의 GPU 클러스터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계획대로라면 이들 역시 BIS 수출 면허 취득이 의무화될 수 있으며, 승인 지연이 AI 인프라 구축 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에서 이미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여파를 경험한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칩 구매 단계부터 미국의 행정 리듬에 맞춰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돈만 있다고 세울 수 있는 시설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적 승인이 선행되어야 하는 일종의 전략 안보 시설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평했다.

지정학적 맥락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의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에 맞서 반도체 수출 통제를 보복 수단으로 언급한 전례가 있다.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관세 협의 국면에서 AI 칩 공급권이 워싱턴의 협상 카드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이 AI 반도체를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규정 세부사항은 아직 초안 단계이며, 발효 일정은 미정이다.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