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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은 '불안한 은행가'?…노벨상 거장 마티니스 교수가 밝힌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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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은 '불안한 은행가'?…노벨상 거장 마티니스 교수가 밝힌 성공 비결

"실패는 중요한 발견의 신호"…구글 '양자 우위' 주역의 진솔한 조언
대학 실험실 넘어 반도체 제조 공정으로…양자 컴퓨팅 100만 큐비트 시대 예고
코넬대 강연장 메운 뜨거운 열기…학부생들에게 전한 "미래를 바꾸는 도전"
노벨상 수상자 존 마티니스 교수는 로즈-롤링스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 앞에서 양자 터널링 현상을 이해하는 비결은 자연을 불안한 은행가처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노벨상 수상자 존 마티니스 교수는 로즈-롤링스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 앞에서 양자 터널링 현상을 이해하는 비결은 자연을 불안한 은행가처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202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마티니스(John Martinis) 교수가 코넬 대학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강연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마티니스 교수는 최근 로즈-롤링스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 앞에서 난해한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일상적인 비유를 들어 명쾌하게 설명했다.

10일(현지시각) 코넬 대학교 학내 매체인 더 코넬 데일리 선(The Cornell Daily Sun)에 따르면 그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설명하며 “양자 역학은 마치 매우 불안해하는 은행가와 같다”고 정의했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에너지가 부족하면 장벽을 넘을 수 없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자연이 입자에게 아주 짧은 순간 에너지를 빌려주어 장벽을 통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티니스 교수는 “자연은 입자가 터널을 파듯 장벽을 통과하도록 에너지를 빌려주지만, 불안한 은행가처럼 이를 매우 빠르게 회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실패에서 배운 노벨상의 토대... “학부생 연구가 미래를 바꿀 것”


이번 강연은 코넬대 학부 연구 위원회(CURB)가 주최한 ‘발견의 최전선(Frontiers of Discovery)’ 시리즈의 첫 번째 행사로 마련됐다. 강연자로 나선 마티니스 교수는 1985년 UC 버클리 대학원생 시절 수행했던 실험이 자신의 노벨상 수상과 박사 학위 논문의 기초가 되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여정이 탄탄대로는 아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마티니스 교수는 “첫 번째 시도는 데이터가 전혀 의미 없는 ‘완전히 실패’한 실험이었다”며, 주변 환경에서 새어 들어오는 미세한 마이크로파 간섭을 발견하고 실험을 재설계한 뒤에야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에게 “결과가 좋지 않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거나, 혹은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양자 컴퓨팅의 미래... “대학 실험실 넘어 제조 공정으로 가야”


마티니스 교수는 2019년 구글에서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해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달성한 인물이다. 그는 현재 53큐비트 수준인 양자 프로세서를 100만 개 규모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기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자 칩의 확장은 더 이상 대학 연구실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현재 노트북이나 휴대폰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과 같은 정밀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직접 설립한 스타트업 ‘퀄랩(Quolab)’을 통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물리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제조 공정의 정밀도’를 연구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학생들 “노벨상 수상자의 진솔한 조언에 영감 받아”


코넬 데일리 선에 따르면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은 이론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와 실질적인 조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전기 및 컴퓨터 공학 전공의 바르바라 바르세기안 학생은 “노벨상 수상자가 내가 고민하는 확장성 문제에 대해 같은 방향을 제시해 주어 큰 확신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응용 물리학 전공의 데이비드 후 학생 역시 “수업 시간에 배운 현상을 발견한 주인공을 직접 보니 당장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영감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문리과대학 부학장 레이첼 빈 교수는 “학부생 연구가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여기 있는 학생 중 누군가가 최초의 학부생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될지도 모른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