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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20% 폭등에 얼어붙은 소비심리… '트럼프의 전쟁' 미 대선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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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20% 폭등에 얼어붙은 소비심리… '트럼프의 전쟁' 미 대선 흔든다

미 3월 인플레 3.3% '2년래 최고'… 가솔린 가격 57년 만에 최대폭 급등
호르무즈 봉쇄에 유가 110달러 돌파… 한국 수출전선 'S공포' 확산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목을 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목을 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목을 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11(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이는 지난 2(2.4%)보다 0.9%포인트 급등한 수치로, 미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를 드리우고 있다.

반세기 만의 가솔린 쇼크… 미 소비자 심리 '역대 최악'


이번 물가 폭등의 주범은 에너지다. 3월 미 가솔린 가격은 전월 대비 무려 21.2% 상승했다. 이는 미 노동통계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7년 이후 약 57년 만에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폭이다.

중동 전쟁 직전 배럴당 70달러(103900) 선이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고조되며 최근 110달러(163400)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평시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던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은 전쟁 이후 평소의 8% 수준으로 급감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즉각 소비심리 붕괴로 이어졌다. 미 미시간대학교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47.6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RBC의 마이크 리드 이코노미스트는 "가솔린 지출이 늘어나면 소비자는 다른 곳에서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공급측 쇼크가 실물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 물 건너가나… 연준(Fed)의 딜레마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시장이 기대했던 상반기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2.6%로 시장 예상치(2.5%)를 소폭 상회했다. 아직은 에너지 충격이 다른 품목으로 완전히 전이되지 않았으나, 물류비와 농업 생산비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경우 하반기 물가 경로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전쟁 장기화가 물가와 고용에 미칠 불확실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르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급등의 지속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리스크' 전면 부각… 5월 외교 담판이 분수령


정치적 파장도 거세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이란 전쟁이 오히려 미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대통령 승인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다.

돌파구는 외교다. 이번 주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JD 밴스 부통령이 직접 나서 이란과의 휴전 협상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 중단과 미국 내 이란 자산 동결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리스크 프리미엄, 일상화에 대비하라"


설령 이번 주말 극적인 휴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유가가 전쟁 이전인 70달러 선으로 급락하기는 어렵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취약성이 노출된 이상, 에너지 가격에는 상당 기간 '전쟁 프리미엄'이 붙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제 역시 이 파고를 피하기 어렵다.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구조상 유가 110달러 시대는 무역수지 악화와 국내 물가 압력으로 직결된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미 대선 정국과 맞물린 중동의 긴장 상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뉴 노멀(New Normal)' 시나리오에 입각해 에너지 수급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마주할 세 가지 파고


중동발 전쟁의 불길이 미국 실물 경제를 덮치면서 국내 투자자와 기업들이 예의주시해야 할 리스크 지표도 명확해졌다. 단순히 '전쟁이 언제 끝날까'를 넘어, 실제 내 지갑과 금리에 직격탄을 날릴 세 가지 핵심 수치를 분석했다.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가이드라인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배럴당 100달러(148500)' 선이다. 유가가 100달러 상단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국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고유가가 유지되면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이는 곧 한국의 대출 금리 하락을 가로막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소비 심리의 붕괴 속도도 관건이다. 현재 4.8%까지 치솟은 미국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미국인들이 향후 1년 뒤 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이 수치가 꺾이지 않는다면 미국 내 소비는 급격히 얼어붙고, 이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가전과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살펴야 할 실질 지표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량이다. 정치적인 '휴전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멈춰 섰던 유조선이 다시 움직이느냐다.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이 통로의 회복 수치가 확인될 때 비로소 시장은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당분간은 이 세 가지 숫자가 우리 경제의 '생존 신호'가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