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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Eleven 상장 연기 결정, 북미 실적 부진과 미 CEO 공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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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Eleven 상장 연기 결정, 북미 실적 부진과 미 CEO 공석 분석

세븐앤아이, 북미 7-Eleven IPO 시점 2027 회계연도 이후로 연기
미국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 및 영업 수익 7% 감소가 핵심 원인
푸드 서비스 강화 및 자체 브랜드(PB) 확대로 기업 가치 회복 후 재도전
일본 세븐일레븐 편의점.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세븐일레븐 편의점. 사진=연합뉴스
일본 유통 대기업 세븐앤아이홀딩스(Seven & i Holdings)가 북미 지역 편의점 사업체인 ‘7-Eleven Inc.’의 기업공개(IPO)를 애초 계획보다 최소 1년 이상 늦춘다.

미국 전문 매체 씨스토어 다이브(C-Store Dive)가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세븐앤아이는 4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6 회계연도로 예정했던 상장 시점을 2027 회계연도(2027년 3월 이후) 이후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미국 내 소비 위축이 예상보다 깊다는 판단 아래, 무리한 상장보다는 내실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먼저 회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저소득층 지갑 닫기에 영업 수익 7% 감소 직격탄


세븐앤아이가 상장 연기라는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북미 시장의 심각한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분기 세븐앤아이의 해외 부문 영업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 내 1만 3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북미 법인의 동일 매장 매출은 2025 회계연도 기준 0.4% 하락하며 하방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이러한 실적 악화의 주범은 고물가다. 세븐앤아이 측은 실적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견조해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여파로 저소득층 가구의 소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편의점 지출이 둔화했다”라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장을 서두를 경우 현재의 실적 부진이 공모가에 그대로 반영되어 이른바 ‘헐값 상장’이 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상장 연기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도쿄 증시에서 세븐앤아이 주가는 4.6% 급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K-편의점’ 이식으로 정면 돌파... 조리 식품 및 대형화 승부수

세븐앤아이는 상장을 미루는 기간을 단순한 대기가 아닌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는 모양새다. 회사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전환 계획(Transformation Plan)’을 통해 북미 편의점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며 기업 가치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세븐앤아이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조리 식품 공간과 식사 공간을 대폭 확대한 대형 매장을 1300개 신설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의 단순한 잡화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의 식사를 직접 책임지는 ‘식사 해결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한국과 일본에서 검증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모델을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이식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물가 상승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가성비 높은 자체 브랜드(PB) 상품군을 대폭 강화한다.

최근 미국 현지 매장에 일본식 에그 샐러드 샌드위치를 도입하는 등 상품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편의점 식품의 질을 높여 고물가 시대 외식 대안으로 자리 잡겠다는 이러한 전략이 향후 상장 재추진 시 실적 회복의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CEO 공석과 적대적 M&A 방어... 산적한 과제들


상장 연기에는 내부 경영 체제의 불안정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미 7-Eleven은 최근 주요 경영진이 잇따라 이탈하며 리더십 공백을 겪고 있으며, 2025년 말부터 진행 중인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작업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한, 캐나다 유통 대기업 알리멘타시옹 쿠슈타르(Alimentation Couche-Tard)의 470억 달러(한화 약 69조 원) 규모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방어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세븐앤아이는 독자 상장을 통해 주주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 처지다.

이번 상장 연기는 제값 받기를 위한 전략적 후퇴인 셈이다. 세븐앤아이가 앞으로 1년여 동안 북미 시장에서 푸드 혁신과 경영 안정을 이뤄내느냐가 2027년 상장 성공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위기를 넘기지 못한다면 글로벌 편의점 제국의 위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