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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MG, 독일 신차 점유율 2년 만에 두 배…이란 전쟁 유가 쇼크가 확산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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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MG, 독일 신차 점유율 2년 만에 두 배…이란 전쟁 유가 쇼크가 확산 부채질

딜러망 갖추고 전기차 가격 앞세운 중국차, 고유가 전환 수요 타고 가속
원산지 불문 보조금 30억 유로 지급…독일, 중국 브랜드에 빗장 열었다
독일의 한 모토쇼에 전시된 BYD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 한 모토쇼에 전시된 BYD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독일에서 중국 브랜드가 2년 사이 신규 등록 점유율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가운데, 올해 중동 이란 전쟁이 촉발한 유가 급등이 전기차 전환 수요를 자극하며 중국차 확산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하이제(heise.de)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중국 브랜드들이 틈새를 벗어나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란전쟁이 이 흐름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3년 만에 점유율 두 배…BYD·MG 선두, 딜러망이 확산 이끌어


독일연방자동차청(KBA)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독일 신규 등록 차량 가운데 중국 브랜드 비중은 약 3.1%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2.4%, 재작년 1.7%와 견주면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볼보·스마트처럼 유럽 브랜드이지만 중국 자본이 인수한 경우는 이 집계에 들어가지 않는다.

선두 주자는 비야디(BYD)와 모리스개러지(MG)다. 독일연방자동차청 1분기 자료에 따르면 BYD가 9120대로 전체 판매 순위 21위를 기록했고, MG는 6177대로 25위, 립모터는 3168대로 27위에 올랐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보면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올해 1~2월 집계에서 BYD 단독으로 점유율 1.8%, MG를 보유한 상하이자동차(SAIC)는 맥서스(Maxus) 브랜드를 합산해 1.9%를 나타냈다.

확산의 핵심 배경으로는 딜러 네트워크 구축이 꼽힌다.

게이슬링겐 자동차경제연구소(Institut für Automobilwirtschaft) 소장 슈테판 라인들은 "중국 브랜드들이 독일에서 어마어마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MG가 약 180개, BYD가 약 155개의 판매 거점을 확보했고, 스텔란티스와 손잡은 립모터도 약 120개 거점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라인들 소장은 이어 "독일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딜러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브랜드들이 깨달았다"고 했다.

다만 BYD는 지난해 1~11월 신규 등록 차량의 약 75%를 딜러·렌터카·카셰어링 채널을 통한 이른바 '전술적 등록'으로 채웠고, MG와 그레이트월모터(Great Wall Motor) 역시 50~67%에 달하는 비율을 기록했다.

데이터포스(Dataforce) 선임 분석가 베냐민 키비에스는 "전술적 등록이 단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시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60%가 넘는 비율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전쟁·유가 쇼크, 중국 전기차에 뜻밖의 호재


지정학적 위기가 중국차 확산의 예상치 못한 촉진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2026년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Deloitte 에너지 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복구 비용만 최소 340억 달러(약 50조 3470억원)에서 580억 달러(약 85조 8860억원)에 이르며, 전쟁 이전 수준의 생산량 회복에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분석 기관 SNE리서치는 이번 이란 전쟁 발 유가 쇼크가 세계 전기차 시장의 수요 회복을 최소 2년 이상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내연기관 운전자들의 유가 공포가 전기차 전환 수요를 자극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구도다.

독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변수다.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환경부 장관은 30억 유로(약 5조 원)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프로그램을 재시행한다고 밝혔다.

보조금은 가구 규모와 소득에 따라 1500유로에서 최대 6000유로(약 1038만원)까지 지급되며, 원산지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슈나이더 장관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독일 시장을 장악한다는 추측은 실제 수치와 다르다"면서 "우리는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겠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규 보조금 프로그램이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제조사에도 전면 개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랜드 인지도·가격 전략이 발목"…장벽은 여전히 높아


빠른 성장세에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시비(Civey)와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모빌보헤(Automobilwoche)가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BYD(64%)를 제외한 대부분 중국 브랜드 인지도는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MG는 26%, 립모터와 링크앤코는 각각 11%에 머물렀고 일부 브랜드는 1%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독일 판매 가격을 자국 내수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가장 큰 무기인 가격 경쟁력을 스스로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연예인·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소셜미디어 기반 마케팅에만 집중하면서 독일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기술력 어필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은 자동차를 처음 만든 원조국으로 기술력을 중시하는 나라"라며 "브랜드 이름을 들어봤다는 수준만으로는 소비자들이 구매에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독일 신규 전기차 등록은 4만 2600대로 전년 동기보다 23.8% 늘며 시장 전체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란 전쟁 발 유가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브랜드들이 가격 전략을 어떻게 조정하고 오프라인 딜러망을 얼마나 더 촘촘하게 구축하느냐가 독일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