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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 ‘일방적 충격’에서 ‘관리된 경쟁’으로… 美, 중국산 관세 상한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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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 ‘일방적 충격’에서 ‘관리된 경쟁’으로… 美, 중국산 관세 상한선 약속

트럼프 방중 직전 서울 회담 결과 공개… 쿠알라룸푸르 무역 휴전 수준 동결 합의
300억 달러 규모 상호 관세 인하 틀 논의… 美 유제품 자동 구금 등 비관세 장벽도 대거 해제
보잉기 200대 조달·양자 무역투자위 설립… 전문가 “예측 가능한 새로운 교역 모델의 시작”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지난해 쿠알라룸푸르에서 합의한 금액을 앞으로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지난해 쿠알라룸푸르에서 합의한 금액을 앞으로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경제를 흔들어온 보복성 관세 폭탄 기조에서 벗어나 미리 조율된 틀 안에서 패권 경쟁을 이어가는 이른바 ‘관리된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한국 서울에서 개최된 양국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을 자제하고 지난해 합의한 상한선을 유지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각) 중국 상무부와 국무원 발표에 따르면, 워싱턴 당국은 지난해 말 양국이 체결한 무역 휴전 협정 수준 이상으로 향후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이는 미·중 관계가 예측 불가능한 일방적 무역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관리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쿠알라룸푸르 휴전 연장 추진… 사전 조율형 관세 모델 도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0일 성명을 통해 “미국 측이 이번에 제시한 약속을 전적으로 준수하기를 바란다”며 일방적인 무역 압박 자제를 촉구했다. 양국이 기준으로 삼은 조항은 지난해 10월 말 쿠알라룸푸르에서 협상한 1년 기한의 단기 합의다.

이 협정은 올해 11월 10일까지 양국 간의 상호 추가 관세 및 일부 비관세 장벽 조치를 일시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양측은 향후 이 휴전 체제를 추가 연장하기 위해 긴밀한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아울러 미·중 양국은 서울 회담을 통해 최소 300억 달러(한화 약 45조 원) 상당의 규모에 달하는 상호 관세 인하 프레임워크를 원칙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첸 수석 분석가는 “이번 조치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장벽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되, 이를 철저히 사전 제어가 가능한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향후 미국이 새로운 무역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관세 범위와 세율이 중국 측이 수용 가능한 한도 내에 머물도록 사전에 협의하는 새로운 교역 모델이 정착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은 다른 외교·경제적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이끌어낼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18년 만에 유제품 구금 해제… 中, 보잉기 200대 상업 조달 확정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관세 상한선 설정 외에도 중국산 농산물과 수산물의 발목을 잡아 온 가혹한 비관세 장벽을 대거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008년 멜라민 사태 이후 유지되어 온 중국산 유제품에 대한 미국의 오랜 ‘자동 구금(Automatic Detention)’ 조치가 18년 만에 전격 해제된다.

특정 중국산 해산물에 대한 수입 제한이 완화되며, 산둥성 지역은 조류독감(AI) 청정 지역으로 공식 인정받는다. 중국산 중형 분재의 시험 수입 역시 미국 시장에서 수용된다.

제재 대상에 올랐던 일부 중국 기업들을 미국의 수입 경보 명단(Alert List)에서 신속하게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막대한 화답 카드를 꺼냈다. 중국 정부는 국내의 구조적 공급 격차를 메우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미국 보잉(Boeing)사의 상업용 항공기 200대를 대량 조달하는 메가톤급 계약을 확정했다.

또한, 양국은 경제 관계의 지속적인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상설 기구인 ‘양자 무역 및 투자 위원회’를 전격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투자 시장에 단비… “완전한 해결 아닌 리스크 통제 단계”


장즈웨이 핀포인트 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3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인하 조치는 중국의 대미 전체 수입품 물량 중 약 10% 수준에 불과해 전체 거시 경제 성장을 극적으로 견인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결 일변도였던 양국 관계가 마침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며, 두 강대국이 대화 채널을 상시 가동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안도감을 주는 대형 호재”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Natixis)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역시 “이번 서울 합정은 미국 농민들의 표심과 중국 소비자들의 내수 우려를 동시에 해결해 준 전형적인 상호 이익형 타협”이라고 분석하며, “다만 이는 무역 전쟁의 완전한 종식이 아니라 갈등의 수위를 조절하는 ‘관리된 경쟁’으로의 소박한 첫걸음인 만큼, 향후 실제 이행 과정과 사후 검증이 양국 관계 안정의 최종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