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일주일 만에 기업가치 전망 229조∼1572조원으로 엇갈려…범용 D램 증설·HBM 기술력이 메모리 업황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최대 D램 제업체 CXMT를 둘러싼 증권가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은 CXMT의 12개월 뒤 기업가치를 1조1000억달러(약 1572조원)로 제시했다. 반면 가장 보수적인 전망은 약 1600억달러(약 229조원)로 평가했다.
같은 기업을 두고 예상 기업가치가 약 7배 벌어진 것이다. 목표주가도 최고 116위안(약 2만4600원)에서 최저 16.1위안(약 3400원)까지 갈렸다.
CXMT가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범용 D램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공격적인 증설이 CXMT의 성장을 이끌지, 세계 D램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을 촉발할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CXMT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얼마나 빠르게 추격할지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CXMT가 상장한 지 일주일 만에 아시아 주요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의 목표주가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목표주가 116위안 대 16.1위안
블룸버그에 따르면 CXMT에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노무라인터내셔널이다.
노무라는 CXMT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면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16위안을 제시했다. 이를 적용한 CXMT의 12개월 뒤 기업가치는 약 1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노무라는 중국의 막대한 D램 수요와 낮은 자급률을 성장 근거로 들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D램 공급량의 약 25%를 소비했지만 이 가운데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고 현지 전자업체들이 자국산 메모리 사용을 늘리면 CXMT가 수입 제품을 대체하며 점유율을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CXMT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생산설비 확충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제러미 탄 타이거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CXMT가 공모자금을 활용해 생산량을 실제로 늘릴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CXMT 주가는 상장 첫 주에 공모가보다 523%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매수 의견 3건, 보유 의견 1건이 제시됐다.
반대편에는 모닝스타가 있다.
모닝스타는 CXMT에 유일한 매도 의견을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16.1위안으로 책정했다. 이를 적용한 기업가치는 약 1600억달러다.
모닝스타도 CXMT가 D램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은 인정했다.
다만 CXMT를 비롯한 메모리업체들의 증설로 공급이 늘어나면 2027년 말부터 2028년 사이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CXMT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수익성도 함께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범용 D램 증설은 위협…HBM 경쟁력은 미지수
CXMT의 등장은 세계 메모리업계가 유지해온 공급 조절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D램은 수요보다 공급이 조금만 많아져도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형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과거 공급과잉으로 실적이 악화한 뒤 시장 수요에 맞춰 설비투자와 생산량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CXMT가 수익성보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우선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면 기존 업체들이 유지해온 공급 조절 기조가 약해질 수 있다.
제이슨 르미어 볼드웰스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CXMT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메모리업계의 공급 규율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XMT가 범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에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모두 큰 이견이 없다.
전망이 갈리는 지점은 점유율 확대가 CXMT의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 공급과잉을 불러 메모리업계 전체의 수익성을 떨어뜨릴지다.
HBM 생산능력도 중요한 변수다.
HBM은 여러 장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인공지능(AI) 서버에 사용된다.
CXMT가 고품질 HBM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AI 메모리 시장의 경쟁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수출통제로 중국 기업은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어렵다. EUV 장비는 첨단 반도체 회로를 미세하게 새기는 핵심 장비다.
중국 업체들은 심자외선(DUV) 장비를 여러 차례 사용하는 방식으로 EUV 공정 일부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이 액침식 DUV 장비를 양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난달 세계 반도체주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부시 추 애버딘인베스트먼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이 범용 D램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높인 점을 들어 CXMT가 장기적으로 한국 업체의 HBM 경쟁력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중국 메모리업체가 제품에 따라 선두업체보다 여전히 2∼3세대 뒤처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버트 리 베어링스 아시아태평양 투자전략 책임자는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만 중국 메모리업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아직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범용·첨단제품 양면 압박
CXMT의 성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범용 D램과 HBM 양쪽에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기적으로는 CXMT의 증설이 범용 D램 공급을 늘려 가격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수익성도 영향을 받는다.
CXMT가 중국 스마트폰·컴퓨터 제조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면 한국 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유지해온 점유율도 낮아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HBM 기술 확보 여부가 더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CXMT가 범용 D램에 머무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과 첨단 서버용 메모리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CXMT가 대규모 투자와 우회 공정을 통해 HBM 양산에 성공하면 경쟁은 범용 제품에서 AI 메모리로 확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달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메모리 공급과잉 우려가 겹치면서 기록적인 매도세를 겪었다.
CXMT를 둘러싼 기업가치 전망이 크게 갈리는 것은 중국 업체의 부상이 경쟁사 한 곳의 등장에 그치지 않고 세계 메모리산업의 공급과 가격 구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낙관론은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이 CXMT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본다.
비관론은 CXMT의 공격적인 증설이 메모리 가격과 업계 수익성을 끌어내리고 CXMT 역시 공급과잉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CXMT가 범용 D램 점유율을 얼마나 빠르게 높이는지, HBM의 품질과 수율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는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세계 메모리업계의 향후 경쟁구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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