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중국산 휴머노이드 진입 차단했지만 제조 생태계 격차
中 업체 상반기 세계 출하 97%…美 ‘로봇 자립’ 장기전 불가피
中 업체 상반기 세계 출하 97%…美 ‘로봇 자립’ 장기전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국 시장 진입을 막고 ‘메이드 인 USA’ 로봇 육성에 나섰지만 정작 이를 대량 생산할 부품 공급망 구축이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로봇의 관절과 손발을 실제로 움직이는 정밀 부품과 이를 싸고 빠르게 생산하는 제조 생태계에서는 중국이 앞서 있어 완제품 수입을 막는 것만으로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구축하려 하지만 중국이 이미 확보한 제조 기반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가 제기한 핵심 문제는 미국에 로봇 기술이나 자본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수만대의 제품으로 바꾸는 공급망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中 완제품 막았지만 공급망까지 생기는 건 아니다
미국은 지난달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새로운 전략 산업으로 사실상 규정했다.
FCC는 지난달 28일 신형 외국산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 등을 규제 대상에 추가했다. 기존에 허가받은 제품은 계속 판매할 수 있지만 새로운 모델은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 운용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주요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 위험에 대응하는 동시에 로봇과 관련 기술의 생산을 미국으로 신속하게 옮기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공장과 물류센터, 가정 등에 수많은 네트워크 연결형 로봇이 배치된 뒤 중국산 장비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다. 카 위원장은 향후 수천대에서 수백만대의 장비가 보안 위험으로 작용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며 미국 내 투자를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산 완성 로봇의 진입을 막는 것과 미국 기업이 경쟁력 있는 로봇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휴머노이드는 반도체와 AI 소프트웨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집기 위해서는 모터와 감속기,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정밀 구동 부품과 센서, 배터리 등 수많은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이들 부품을 낮은 가격에 빠르게 조달하고 설계를 반복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에서는 중국의 우위가 뚜렷하다.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산업을 통해 축적한 대규모 부품 제조 기반을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세계 출하 100대 중 97대가 중국산
양산 능력 격차는 이미 출하량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SA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가운데 중국 업체가 차지한 비중은 97%를 넘었다. 중국 내 수요가 세계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하면서 생산과 소비, 부품 공급망이 한곳에서 함께 커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상반기 세계 출하량은 약 1만9100대로 집계됐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에이지봇이 약 8400대를 출하해 44%로 세계 1위에 올랐고 유니트리가 약 5900대로 31%를 차지했다.
두 업체만 합쳐도 세계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반면 테슬라와 피겨AI, 애질리티 로보틱스 등 미국 업체들의 합산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어느 나라가 가장 뛰어난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어느 나라가 로봇을 실제 제품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의 경쟁에서 중국이 크게 앞서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강점은 특정 기업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로봇용 부품업체와 완성 로봇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어 설계를 바꾸면 필요한 부품을 빠르게 다시 조달하고 생산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이 비슷한 로봇을 개발하더라도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가져오거나 공급사를 새로 육성해야 한다면 개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AI 두뇌 강한 미국, ‘몸’ 만드는 제조력은 약점
미국에도 강점은 분명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축적한 AI와 컴퓨터비전 기술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에 적용하고 있고,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피겨AI, 애질리티 로보틱스 등도 독자적인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위험하거나 반복적이고 사람이 꺼리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이족보행 로봇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균형 유지와 이동, 인식,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위한 AI 소프트웨어를 핵심 기술로 꼽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연산 반도체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결국 로봇이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두뇌’ 영역에서는 미국이 강하지만 그 판단을 실제 움직임으로 바꾸는 기계 부품과 대량 생산 능력에서는 중국의 산업 기반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국이 가진 경쟁력은 단순히 인건비가 낮다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로봇용 부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기업과 완성품 제조업체, 배터리와 전기모터 산업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더 큰 장벽이다.
미국이 이 구조를 자국에서 다시 만들려면 완성 로봇 업체 몇 곳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로봇 한 대의 외관 뒤에 있는 정밀부품 제조사와 생산설비, 숙련된 엔지니어와 공급업체까지 함께 육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 봉쇄’ 다음 과제는 로봇판 제조업 재건
FCC의 조치는 중국 로봇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규모를 키우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동시에 미국 기업에 초기 시장을 확보해주는 산업정책 역할도 한다.
그러나 규제가 중국의 제조 우위를 자동으로 미국으로 이전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국산 완제품과 부품을 동시에 배제하면서 미국 내 대체 공급망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는다면 자국 로봇 업체의 제조원가가 높아지고 개발 속도가 늦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중국 로봇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빈자리를 실제 생산능력으로 채우는 데 있다. 이는 현재의 공급망 구조에서 도출되는 가장 큰 정책적 딜레마다.
중국은 이미 대량 출하와 부품 생태계라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하고 있다. 유니트리는 올해 상하이 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9억달러(약 1조2860억원)를 조달하면서 생산능력과 연구개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에이지봇을 비롯한 다른 중국 업체들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신형 휴머노이드에 문을 닫은 것은 로봇 경쟁에서 방어선을 친 것에 가깝다. 승부를 결정할 다음 단계는 미국이 AI 알고리즘뿐 아니라 로봇의 관절과 손, 모터까지 경제성 있게 생산할 산업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느냐다.
휴머노이드 경쟁이 ‘누가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드느냐’에서 ‘누가 수십만대를 싸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제조업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미국의 로봇 자립 전략도 결국 공급망 재건이라는 오래된 산업 문제와 맞닥뜨리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