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최고 찍은 뒤 0.3% 반락
물가 둔화 선반영에 차익실현…지정학 불안은 달러로
물가 둔화 선반영에 차익실현…지정학 불안은 달러로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지만 국제 금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금리 상승 가능성 약화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에 통상 호재로 작용하지만 시장이 이미 온건한 물가지표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탓에 실제 지표 발표 이후 차익실현이 나타났다.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안전자산 수요가 금보다 달러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추가 상승을 제한했다.
로이터통신은 13일(이하 현지시각) 금값이 장중 두 달여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뒤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반락했다고 보도했다.
◇두 달 최고 찍자 매물…현물 금 0.3%↓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4395.04달러(약 628만원)로 0.3% 하락했다.
앞서 장중에는 약 1% 상승하며 지난 6월 5일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지만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12월 인도분 미국 금 선물도 0.3% 떨어진 온스당 4452.70달러(약 636만원)를 기록했다.
독립 귀금속 애널리스트 로스 노먼은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금값에 차익실현이 나타나면서 중요한 기술적 지지선 아래로 내려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장이 물가 둔화에 지나치게 많은 포지션을 미리 구축해놓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온건한 물가지표를 예상해 금을 미리 사들인 투자자들이 실제 결과가 나오자 매도에 나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는 움직임이 금 시장에서 나타난 셈이다.
◇CPI 둔화…9월 금리인상 확률 55%→36%
금값이 반락했지만 금을 둘러싼 통화정책 환경 자체는 오히려 개선됐다.
미국의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상승했다. 6월 3.5%에서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두 달 연속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시장 예상에도 부합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크게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36%로 낮아졌다. 일주일 전 약 55%와 비교하면 19%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이나 예금 등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에 비해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도 줄어드는 만큼 일반적으로 금값에는 호재다.
실제로 12일에는 CPI 발표 이후 금 현물이 0.9% 상승한 온스당 4406.64달러를 기록했고 장중에는 두 달여 만의 최고치까지 뛰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물가 둔화라는 호재 자체보다 그 호재가 이미 가격에 얼마나 반영돼 있었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금값 다음 변수는 생산자물가·ETF 자금
시장의 관심은 이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로 옮겨가고 있다.
13일 발표되는 PPI가 기업 단계의 물가 압력도 약해지고 있음을 확인해준다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강하면 최근 금값 상승의 전제가 일부 흔들릴 수 있다.
OCBC그룹리서치는 귀금속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려면 앞으로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가 연준에 대한 시장의 정책 기대 변화를 계속 뒷받침해야 하며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즉 금리 인상 우려가 한 차례 후퇴한 것만으로 금값이 계속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금값은 지난주 미국의 예상 밖 고용 감소 이후 이미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CPI 둔화 기대까지 겹치면서 온건한 미국 경제지표를 겨냥한 매수 포지션이 빠르게 누적됐다.
실제 CPI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오자 새로운 매수세를 불러올 충격이 부족해졌고 기존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앞섰다.
◇지정학 불안에도 금보다 달러
또 다른 변수는 안전자산 수요의 방향이다.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전통적으로 금 매수세가 강해질 수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달러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먼은 금이 최근의 부진을 딛고 다시 강세장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현재로서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달러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상승세가 멈춘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금 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대목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다고 금값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같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수요가 더 강해지면 달러로 거래되는 금 가격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의 향후 방향은 결국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얼마나 더 낮아지느냐와 달러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자금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의 힘겨루기에 달리게 됐다.
◇은·백금·팔라듐도 일제히 하락
다른 귀금속도 이날 약세를 나타냈다.
은 현물은 0.5% 내린 온스당 64.99달러(약 9만2900원)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6월 22일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백금은 1.4% 떨어진 온스당 1731.73달러(약 247만원), 팔라듐은 2.1% 하락한 1341.24달러(약 192만원)를 나타냈다.
금 시장은 물가 둔화라는 호재 자체보다 그 호재가 이미 가격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를 따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9월 금리 인상 확률이 일주일 만에 55%에서 36%로 급락했음에도 금값이 하락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나타낸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변수도 단순한 금리 전망이 아니라 경제지표가 시장 기대보다 얼마나 더 온건한지, ETF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되는지, 지정학적 위험이 금과 달러 가운데 어느 쪽으로 자금을 움직이는지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