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막히면 미 정유사 원유 처리 최대 12% 감소 전망
단기 경유값 안정 가능하지만 휘발유·경유 재상승 위험도
단기 경유값 안정 가능하지만 휘발유·경유 재상승 위험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서 경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미국산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의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경유 수출길이 막힐 경우 미국 정유사들이 원유 처리량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원유 선물시장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경유 수출금지 논의로 WTI 선물 가격이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최대 12.02달러(약 1만6400원) 낮게 거래됐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6일 이후 가장 큰 할인폭이다.
미국 내 경유 공급을 늘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격을 단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정유사들이 생산을 줄이면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장기적으로는 경유 가격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막히면 원유 처리 하루 200만배럴 이상 감소 가능성
미국 경유 가격은 이번 주 갤런당 6.528달러(약 89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유 수출국으로 하루 약 120만배럴을 순수출한다. 미국 전체 경유 생산량은 하루 약 510만배럴이다.
미국산 경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대부분 폐쇄되면서 사라진 중동산 물량을 일부 대체해왔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공급 차질을 겪고 있는 러시아도 경유 수출을 반복적으로 제한하면서 세계 경유시장의 공급 여건은 더욱 빠듯해졌다.
우드매켄지는 미국이 경유 수출을 금지할 경우 하루 약 70만배럴의 경유·경유계 초과 물량이 저장시설로 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미 걸프 연안 저장시설은 한 달 남짓이면 최대 용량에 도달할 수 있다. 저장공간 부족을 피하려면 정유사들이 원유 처리량을 하루 200만배럴 이상 줄여야 하며 이는 현재 미국 정유사의 원유 처리량 가운데 약 12%에 해당한다고 우드매켄지는 추산했다.
정유사의 원유 처리량이 감소하면 경유뿐 아니라 휘발유 등 다른 석유제품 생산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로이터는 “이 때문에 경유 수출금지가 단기적으로 미국 내 경유 가격을 낮추더라도 향후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경유 가격도 다시 상승시키는 양면성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수출금지 지지…백악관은 90일 금지설 부인
경유 수출금지가 실제 시행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경유 수출금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지난 23일 정부가 90일간 경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도 수출금지만으로 급등한 경유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라이트 장관은 최근 미국 주요 정유회사 경영진들과 접촉해 경유 수출을 자발적으로 줄일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인 전면 금지 대신 자율적인 수출 제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미국 경유 가격은 갤런당 6.514달러(약 8900원)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WTI 싸져도 미국산 원유 수출은 제자리
일반적으로 WTI가 브렌트유보다 크게 싸지면 미국산 원유를 해외로 수출해 가격 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그러나 현재는 중동 전쟁으로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이 같은 가격 차익 거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그널마리타임에 따르면 미 걸프 연안에서 아시아까지 초대형 원유운반선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은 현재 약 5000만달러(약 681억원)에 이른다. 이란 전쟁 이전 약 1600만달러(약 218억원)에서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미즈호의 밥 요거 에너지선물 책임자는 과거에는 미국산 원유가 유럽산보다 배럴당 약 4달러(약 5400원) 저렴하면 해상운송 비용을 상쇄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약 8달러(약 1만900원)까지 할인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차가 확대됐지만 미국 원유 수출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원유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7월에서 8월 사이 하루 4만5000배럴 증가하는 데 그친 하루 372만배럴을 기록했다.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 9월 미국 원유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해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경유 수출 제한 논의와 높은 해상운임이 동시에 미국 정유·원유 시장을 압박하면서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 격차가 당분간 확대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