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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 40%가 호르무즈 우회…흐름은 90%대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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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 40%가 호르무즈 우회…흐름은 90%대 회복

미군 지원·셔틀 환적·송유관 총동원…원유 회복에도 정제유 병목은 지속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지난 3월 5일(현지시각) 이란 공격 지원을 위해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지난 3월 5일(현지시각) 이란 공격 지원을 위해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사실상 막혔던 호르무즈해협을 피해 중동 원유를 수출하는 새로운 물류망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의 선박 지원과 유조선 간 환적,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의 우회 송유관을 총동원하면서 중동의 원유 흐름이 전쟁 이전의 90%대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제유 수출은 여전히 크게 부족해 원유 공급 회복이 경유 등 석유제품의 공급난 해소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BBC는 해양정보업체 케플러 자료를 인용해 9월 마지막 주 중동 지역의 하루 석유 흐름이 전쟁 이전 기준의 92%까지 회복됐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도 JP모건이 지난달 기준 중동 원유 수출량을 하루 1750만배럴로 추산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는 전쟁 이전의 98% 수준이다.

두 집계의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동 원유 공급이 전쟁 초기의 급격한 감소에서 벗어나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흐름은 공통적이다.

◇9월 석유 수출 40% 호르무즈 안 거쳤다

가장 큰 변화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케플러에 따르면 9월 중동 지역에서 수출된 석유의 약 40%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육상 송유관을 이용해 홍해나 오만만의 항구에서 선적됐다.

전쟁 이전 이 비율은 17%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이어지는 동서송유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송유관을 거쳐 홍해 쪽으로 나가는 원유는 하루 400만배럴을 넘어섰다. BBC가 인용한 케플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동산 원유의 20% 가까이가 이 경로를 이용하고 있다.

동서송유관은 지난달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이후 수송량이 다시 늘면서 적어도 일부 운영능력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UAE도 호르무즈해협 밖인 오만만 푸자이라항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이용하고 있다.

케플러의 나빈 다스 선임 원유 애널리스트는 “걸프 산유국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피해 송유관을 활용하는 방식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60여척 '셔틀 유조선'…하루 400만배럴 해상 환적

송유관만으로 부족한 물량은 ‘셔틀 수송’이 메우고 있다.

케플러에 따르면 현재 60척이 넘는 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 안팎을 오가며 원유를 운반하고 있다.

유조선이 걸프 지역에서 원유를 싣고 위험구간인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뒤 상대적으로 안전한 오만만에서 다른 대형 유조선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이다.

9월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오만만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옮겨진 원유는 하루 평균 400만배럴을 넘었다.

같은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직접 통과한 석유는 하루 평균 약 1200만배럴이었다. 전쟁 이전 기준인 하루 1700만배럴보다는 적지만 전쟁 초기와 비교하면 상당 부분 회복됐다.

미군도 적어도 지난 6월 중순부터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지원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미군의 지원을 받은 선박 수는 9월에 전월보다 약 3분의 1 증가했다. 미군은 직접적인 호위뿐 아니라 드론과 미사일, 소형 선박 등 위협에 대한 경고와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수송량 늘었지만 호르무즈 위험은 여전

원유 흐름이 늘었다고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BBC가 인용한 분쟁 감시기관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상선을 상대로 한 이란의 공격 성공 건수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많았다.

오일프라이스닷컴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 3척이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발사체에 맞았다고 지난달 30일 전했다.

리처드 미드 로이즈리스트 편집장은 원유 수출 증가가 호르무즈해협이 안전해졌다는 의미라기보다 석유업계가 위험 속에서 원유를 이동시키는 방법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케플러는 현재의 공급구조가 이란의 추가 공격이나 미국의 지원정책 변화에 따라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란의 원유 수출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케플러에 따르면 미국이 7월 중순 해상 봉쇄를 다시 시행한 뒤 이란의 원유 수출은 전쟁 전 하루 170만배럴에서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유는 돌아왔지만 정제유 공급은 여전히 막혀

다만 중동 원유 공급의 회복에도 세계 석유제품 시장의 병목은 풀리지 않고 있다.

BBC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정제 석유제품은 하루 평균 100만배럴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쟁 이전 하루 약 350만배럴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폭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액화천연가스(LNG) 흐름 역시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이 인용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들은 2025년 하루 330만배럴의 정제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정유시설 공격과 호르무즈해협 운송 차질이 겹치면서 중동 지역 정제능력 가운데 최대 하루 300만배럴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유 공급은 더욱 압박받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중동 에너지 공급망은 전쟁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기보다 송유관과 셔틀 유조선, 선박 간 환적을 이용하는 새로운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원유 자체의 수출량은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지만 정유시설과 석유제품 운송망의 복구가 뒤처지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의 공급 불안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