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 동부 연안 가스난·제조업 위기 해소 위해 '수출량 최대 20% 국내 배정' 추진
시행 시점 2028년 1월로 미뤘으나 업계 분통… "단기 땜질 처방, 미래 신규 투자만 꺾을 것"
산토스 '내러브리' 프로젝트 등 재검토 시사… 한국가스공사(KOGAS) 등 해외 파트너도 깊은 우려
시행 시점 2028년 1월로 미뤘으나 업계 분통… "단기 땜질 처방, 미래 신규 투자만 꺾을 것"
산토스 '내러브리' 프로젝트 등 재검토 시사… 한국가스공사(KOGAS) 등 해외 파트너도 깊은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호주 정부가 동부 연안 인구 밀집 지역의 만성적인 가스 품귀 현상과 전기·연료비 폭등으로 신음하는 제조업계를 구제하고자 연간 총수출량의 최대 20%를 내수시장에 강제 배정하도록 하는 '국내 가스 유보제(Domestic Gas Reservation Mechanism)' 도입을 밀어붙이자 가스 개발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가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당초 2027년 6월로 예정했던 시행 시기를 2028년 1월로 6개월여 유예하고 규제 수위를 일부 완화하는 수정안을 발표했으나, 가스업계는 "장기적인 산업 상단(Upstream) 자원 개발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미래의 에너지 위기를 더 키울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가스는 철광석과 석탄에 이어 호주 전체 수출 3위를 차지하는 핵심 전략 품목인 데다 한국가스공사(KOGAS)와 일본의 에너지 대기업들이 현지 광구에 대규모 지분을 투자하고 있어 이번 규제가 아시아·태평양 LNG 공급망 전반으로 파장을 넓힐 조짐이다.
동부 연안 품귀에 칼 뺀 정부…"수출량의 최대 20% 국내 시장 공급 의무화"
호주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가스 수급 안정을 위한 유보제 도입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호주는 서부와 북부의 대규모 해상 가스전을 중심으로 세계 최정상급 LNG 수출 역량을 자랑하지만, 시드니와 멜버른 등 주요 대도시가 밀집한 동부 해안에서는 수년째 겨울철 난방·산업용 가스 공급 부족에 시달려 왔다.
높은 가스 가격이 전력 도매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화학·제련 등 기간 제조업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전체 국내 수요 대비 10%의 초과 공급을 상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연방정부는 LNG 수출업체들에 2027년 6월부터 연간 총수출량의 20%에 해당하는 가스를 국내 시장에 의무 공급하도록 통보했다.
이후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9월 10일 의무할당비율을 '최대 20%까지' 탄력 적용하고 시행 시점을 2028년 1월로 미루는 완화안을 내놓았으나 기업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달콤한 설탕 단기 처방일 뿐"…개발사들, 대형 가스전 투자 보류 경고
호주 에너지생산자협회의 서맨사 매컬러치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국내 가스시장 개혁은 단기적 개입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며 정부 안에 대한 추가 수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매컬러치 CEO는 "인위적으로 국내 시장에 가스를 쏟아붓는 것은 일시적으로 갈증을 달래주는 '설탕 한 숟가락(Sugar hit)'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신규 가스전 탐사·개발 투자를 희생시켜 미래의 가격 폭등과 에너지 안보 붕괴라는 더 큰 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스 개발은 수년에 걸쳐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초기 자본을 선제 투입한 뒤 장기 해외 수출 계약을 통해 이를 회수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띤다.
정부가 가격이 낮은 국내 시장으로의 판매를 강제할 경우 전체 프로젝트의 내부수익률(IRR)이 급락해 최종투자결정(FID)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호주 2위 독립 석유·가스 기업인 산토스(Santos)는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내러브리(Narrabri)' 석탄층 메탄가스(CSG) 개발 프로젝트의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케빈 갤러거 산토스 CEO는 지난 9월 23일 호주 주요 일간지가 주최한 에너지 포럼에서 "정부의 가스 정책 변화로 인해 국내 판매 가격이 프로젝트 투자 타당성을 충족하는 기준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사업 실행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직격했다.
한국가스공사 등 글로벌 투자자 불안…시장 왜곡에 장기 계약 올스톱
호주 가스전에 막대한 지분을 투자해온 글로벌 에너지 공기업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퀸즐랜드주 내륙 GLNG(글래드스톤 LNG) 사업에서 산토스,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등과 합작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KOGAS) 역시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코가스 오스트레일리아(KOGAS Australia)의 지윤 법무 총괄 책임자는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과의 인터뷰에서 "호주 정부의 규제안에 대한 우리의 우려는 여전히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규제안이 아직 정식 발효되지 않았음에도 시장 왜곡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호주 내수 가스 구매 기업들은 2028년 유보제가 시행되면 국내 가스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기대로 기존 장기공급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 협상을 전면 미루고 있다.
이로 인해 내수 시장을 주력으로 삼는 중소 가스 생산자들은 판로를 확정하지 못해 은행 대출과 광구 증산 투자를 중단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호주 자원 업계는 현재의 국내 가스난이 수출 때문이 아니라 주정부들의 과도한 환경 규제와 지난 수년간 이어진 인허가 지연 탓에 신규 공급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 자립과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건 호주 정부의 가스 시장 통제 정책이 글로벌 파트너들의 투자 이탈과 장기 공급망 불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