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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막히자 아시아 원유길에 2.7조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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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막히자 아시아 원유길에 2.7조 베팅

美 PIF에너지 최대 15척 유조선 매입…이라크·사우디 원유 인도·중국·인도네시아로
미국은 중국에 디젤 증산·수출 확대 요구…아시아 정유망 역할 커져
지난 3월 6일(현지시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만 무스카트 앞바다에 원유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6일(현지시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만 무스카트 앞바다에 원유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부족이 심화하면서 아시아 정유업계의 원유 공급망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석유거래업체 PIF에너지는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운송하기 위해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들여 최대 15척의 유조선을 직접 사들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PIF에너지가 최대 200만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노후 대형 유조선 선단을 구축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벤 모로 PIF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이라크 남부 바스라항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이동한 뒤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유럽 정유시설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IF에너지는 이라크 국영 원유판매기관과 사우디 아람코의 원유를 운송할 예정이다. 최대 15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모든 선박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아시아 정유시설까지 원유 수송망 직접 확보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려는 선박이 줄면서 중동산 원유를 아시아로 운반할 수 있는 유조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원유 거래업체들은 통상 선주에게 선박을 빌려 원유를 운송해 왔다. 그러나 높은 안보 위험으로 선사들이 걸프 지역에서 화물을 싣는 것을 꺼리자 PIF에너지는 직접 유조선 선단을 구축하는 이례적인 선택에 나섰다.

FT는 “2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을 확보해 원유 흐름을 유지하려는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선박 부족으로 중동산 원유 운송 비용도 급등했다.

중동 화물을 운송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하루 운임은 130만달러(약 17억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걸프 지역을 운항하는 선장에게는 월 최대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가 지급되고 있다.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중고 유조선 가격도 신조선을 넘어섰다.

선박중개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선령 15년짜리 VLCC 평균 가격은 최근 3개월 동안 44% 오른 약 1억6000만달러(약 2142억원)에 달했다. 신조선 가격 약 1억3100만달러(약 1754억원)보다 높다.

◇미국, 중국에 디젤 수출 확대 요구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난은 아시아 정유산업의 역할도 키우고 있다.

미국 석유업계는 중국이 정유시설을 완전히 가동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의 디젤 생산과 해외 수출을 확대하도록 압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 석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디젤 수출을 늘려 세계 시장에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모로 CEO 역시 중국을 글로벌 정유제품 공급 부족을 완화할 ‘핵심’으로 평가하고 중국이 정유제품 수출을 확대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산업과 농업에 필요한 디젤 공급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부족까지 겹치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정유시설의 가동과 수출이 글로벌 연료시장 안정에 중요한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중동 원유 수출은 다시 증가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의 안전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PIF에너지의 유조선들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보안업체의 안내를 받아 해협을 통과할 예정이라고 관련 소식통은 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PIF에너지 선단만을 위한 별도 지원은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 전반에 기존에 발표한 조율된 보호 조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의 통항 지원 속에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도 회복되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10월 초 중동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약 1190만배럴로 늘어나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PIF에너지는 전쟁 전부터 이라크 원유 거래를 주력으로 해왔다. 모로 CEO는 회사가 10월 한 달 동안 약 2500만배럴의 이라크산 원유를 거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체 유조선 선단이 없는 이라크는 원유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매자에게 큰 폭의 가격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PIF에너지가 추진하는 자체 유조선 선단이 가동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중동산 원유 수송망을 유지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