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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 1대에 MLCC 2만5000개"… 무라타, 5년간 1조 엔 메가톤급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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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 1대에 MLCC 2만5000개"… 무라타, 5년간 1조 엔 메가톤급 증설

연간 설비투자 2,000억 엔으로 종전 대비 2배 확대… 2031년까지 MLCC 매출 2배 목표
글로벌 MLCC 점유율 40%·AI용 50% 독점… 공장 가동률 95% 달해 '공급 쇼티지' 직면
순익 전망 69% 상향한 3,960억 엔 제시… "2030년 이후 로봇·엣지 AI 시장까지 선점"
무라타 제조 주식회사의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무라타 제조 주식회사의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이 고성능 반도체(GPU·HBM)를 넘어 전자 회로의 핵심 수동부품인 '다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로 번지면서 심각한 공급 부족(쇼티지)을 유발하자, 글로벌 1위 MLCC 제조사인 일본 무라타제작소(Murata Manufacturing)가 사상 최대 규모의 증설 투자를 전격 발표했다.

무라타는 향후 5개년에 걸쳐 총 1조 엔(약 8조 7,000억 원)을 투입해 일본 본토와 동남아시아 전역의 MLCC 생산 역량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AI 서버 1대당 스마트폰의 10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MLCC가 탑재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한계치에 다다르자, 연간 투자 집행액을 이전의 두 배 수준으로 대폭 늘려 시장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10월 31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나카지마 노리오(Nakajima Norio) 무라타제작소 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대규모 투자 결정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증설로 촉발된 MLCC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기기 내에서 전류의 흐름을 일정하게 제어하고 전압 노이즈를 제거하는 필수 부품인 MLCC는 일반 최신 스마트폰에 약 1,000~1,500개가 탑재되는 반면, 고전력·초고속 연산을 수행하는 단일 AI 서버에는 1만 5,000개에서 최대 2만 5,000개가 집적된다.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구축 붐 속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AI 서버용 MLCC 50% 독점… 가동률 95%에 "공장이 못 따라가"


무라타는 글로벌 범용 MLCC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부동의 1위 기업이며, 고온·고전압 환경을 견뎌야 하는 최고 난도의 AI 서버용 첨단 하이엔드 MLCC 부문에서는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발주가 폭주하면서 현재 무라타의 전 세계 MLCC 생산 라인 가동률은 사실상 풀가동 수준인 약 95%에 달하고 있다. 밀려드는 주문을 기존 라인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연간 약 2,000억 엔(약 1조 7,400억 원)씩 5년간 총 1조 엔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팽창시키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투자금 중 약 3,500억 엔은 신규 공장 및 클린룸 건설에 배정된다.

일본 서부 오카야마현에 1,500억 엔을 투입해 MLCC 완제품 및 핵심 세라믹 원료를 합성하는 신규 공장 2개 동을 각각 2028년과 2030년에 완공할 예정이며, 인근 시마네현 이즈모 공장에도 신규 제조 시설이 들어선다.

해외 거점의 경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태국 본사 사업장에 신규 제조 건물을 증축하고, 필리핀 공장의 유휴 공간에도 최신 자동화 생산 장비를 대대적으로 증설한다.

나머지 6,500억 엔은 일본, 중국, 아세안 거점 공장의 최첨단 초정밀 설비 업그레이드에 집중 투자된다. 이를 통해 무라타는 2026 회계연도의 9,000억 엔 수준이던 MLCC 매출 규모를 오는 2031년 3월까지 2배 이상(약 1조 8,000억 엔 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순익 가이던스 69% 수직 상향… '역대 최대 실적' 예고


MLCC 수요 폭등에 힘입어 무라타의 실적은 눈부신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무라타는 2027년 3월 종료되는 현 회계연도의 연결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대비 580억 엔 추가 상향해, 전년 동기 대비 69% 급증한 3,960억 엔(약 3조 4,500억 원)으로 공식 제시했다. 이는 QUICK 컨센서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3,689억 엔)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2조 2,600억 엔, 영업이익은 무려 85% 폭증한 5,200억 엔으로 각각 1,500억 엔과 900억 엔씩 상향 조정됐다. 특히 9월 말 기준 무라타의 장부대청구비율(수주출하비율·BB율)은 기준점인 1을 훌쩍 넘긴 1.28을 기록해, 출하되는 속도보다 신규 수주가 빠르게 쌓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2030년 데이터센터 둔화돼도 엣지 AI·로봇이 이어받는다"


무라타는 이번 조 단위 투자가 단기적인 빅테크 데이터센터 증설 특수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전자기기 생태계 전반의 '피지컬 AI' 전환을 겨냥한 포석임을 명확히 했다.

나카지마 사장은 "2030년 무렵 데이터센터의 인프라 설비투자 성장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그 이후에는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엣지 기기, 자율주행 모빌리티,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자부품 시장의 성장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바이스의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내부 기판에 실장되는 초소형·초고용량 부품의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 성장성이 확실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월가와 글로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AI 거품 붕괴와 과잉 설비투자에 대한 경계 섞인 시선도 상존한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수익화 일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금리 부담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질 경우, 빅테크들의 자본적 지출(Capex) 축소가 부품 공급망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반도체·전자 부품 전문 분석가들은 "무라타의 이번 1조 엔 베팅은 AI 산업의 병목이 반도체를 넘어 전원 공급 및 전류 안정화를 담당하는 기초 수동부품으로 전이되었음을 확인시켜 준다"며 "삼성전기 등 후발 주자들과의 기술과 생산량 격차를 벌려 차세대 AI 하드웨어 생태계의 '절대적 병참기지' 자리를 굳히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평가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