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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력망 갉아먹는 괴물서 유연성 자산으로"… 'DC 초고속 허브'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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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력망 갉아먹는 괴물서 유연성 자산으로"… 'DC 초고속 허브' 부상

글로벌데이터 전략 보고서 "단순 AC 충전서 고처리량 DC 고속 충전 허브로 투자 중심축 이동"
방치 시 저녁 퇴근길 전력망 과부하… ESS 결합 '배터리 버퍼 허브'로 피크 수요·설비 마모 차단
토요타·현대차·기아·닛산, 양방향 충전(V2G) 실증 돌입… "EV 배터리 가상발전소(VPP)처럼 조율"
전력망 충격을 완화하고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 배터리 저장장치(ESS)를 결합한 버퍼형 충전 허브가 글로벌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력망 충격을 완화하고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 배터리 저장장치(ESS)를 결합한 버퍼형 충전 허브가 글로벌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전기차(EV) 보급이 급증하면서 운전자들의 충전 패턴이 국가 전력망(그리드) 계획과 송배전망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충전 관리를 방치할 경우 일과 후 저녁 퇴근 시간대에 가정용 충전 부하가 일제히 몰려 전력망 마비 위험을 초래하는 한편, 상업용 급속 충전소의 불규칙한 급격한 전력 수요 급증(스파이크)은 변압기 등 전력설비의 마모와 천문학적인 배전망 업그레이드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유틸리티(전력 기업)들은 심야 등 비피크 시간대로 충전 수요를 분산하는 '관리형 스마트 충전'을 도입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단순한 전력 소비처가 아닌 분산형 전력 자산으로 통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월 31일(현지시각) 글로벌 시장조사와 인텔리전스 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 '전략적 인텔리전스: 전기차(2026)'에 따르면, 전 세계 충전 인프라 투자의 무게중심이 기존 완속(레벨 2 AC) 충전에서 공공 직류(DC) 초고속 충전 허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시간 정차로도 대용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고출력 DC 허브는 장거리 운행 차량뿐만 아니라 택시, 차량 공유, 상업용 물류 차량 등 고가동률 운송 수단을 효과적으로 지원해 충전소 사업자의 부지 경제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현재 테슬라(슈퍼차저)를 비롯해 아이오니티(Ionity),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 EVgo, BP 펄스, 쉘 리차지 등 글로벌 에너지·충전 사업자들이 앞다퉈 대규모 허브 기반의 고처리량(High-Throughput) 충전망을 구축하고 있는 배경이다.

한전·이베르드롤라 등 전력사 직접 가세… 유럽 '상용 트럭' 초고속망 확장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공공·민간 유틸리티 기업들도 충전 네트워크 확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한국전력공사(KEPCO)를 비롯해 유럽의 에넬(Enel), 이베르드롤라(Iberdrola) 등 주요 전력사들은 간선 도로망과 도심 요충지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DC 초고속 충전 허브를 직접 설치·운영하며 전력망과의 연동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상업용 상용차 전동화가 본격화되면서 유럽의 '밀렌스(Milence)' 프로젝트와 같은 메가와트(MW)급 대형 트럭 전용 충전 네트워크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대형 화물차의 충전 수요는 승용차를 압도하는 만큼, 전력망의 순간 부하를 제어하는 정교한 배전망 관리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데이터의 전력 부문 수석분석가 레한 실레다르(Rehaan Shiledar)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출력 변동성을 보완하고 지역 전력망의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유틸리티와 전력망 운영자들은 신속하고 유연한 분산 자원으로서 차량-전력망 연계(V2G·Vehicle-to-Grid)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V2G는 이제 단순 시범 사업 단계를 넘어 대규모 상업 배포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전력 중개 플랫폼과 에너지 테크 기업, 유틸리티 기업들이 수많은 전기차 배터리를 하나의 거대한 가상 발전소(VPP)처럼 통합 제어하는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현대차·기아 V2G 상용화 박차… '배터리 버퍼 충전소'가 해법


V2G 생태계의 상용화는 양방향 충전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과 국제 통신 표준(ISO 15118)의 정착, 그리고 전력 보조 서비스 시장의 제도화가 맞물리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실증도 잇따르고 있다.

토요타 인더스트리(Toyota Industries)는 스웨덴 국립연구원(RISE) 및 북유럽 EV 장비사 DEFA와 협력해 AC 기반 V2G 양방향 하드웨어의 기술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프랑스 발레오(Valeo)와 일본 닛산은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호환되는 양방향 충전기 상용화에 합의했으며, 바텐폴(Vattenfall) 네덜란드는 현대자동차·기아와 손잡고 최대 80가구 규모의 V2G 가정용 실증 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전력망 증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기술 모델도 확산 중이다.

실레다르 분석가는 초고속 충전기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일체화한 '배터리 버퍼(Buffer) 충전 허브'를 대표적인 혁신으로 지목했다.

이 시스템은 전력망에서 일정한 속도로 전력을 끌어와 현장 ESS에 지속 저장해 둔 뒤, 차량이 진입했을 때 대용량 전력을 순간 방출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막대한 송전선로 증설 비용과 피크 전력 요금을 피할 수 있어, 전력 공급 용량이 제한된 고속도로 휴게소나 도심 밀집지에서도 초고속 충전기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다.

아울러 주행 중 무선 유도나 가공 전선, 전도 레일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 도로 시스템(ERS) 역시 스웨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지에서 실증을 거쳐 국가 단위 대규모 인프라 계획으로 발전하고 있다.

美·EU·中, 막대한 보조금과 규제 표준화로 '인프라 안보' 드라이브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중국, 인도 등 주요국 정부는 막대한 정책자금 지원과 세액공제, 기술 규제 조율을 통해 충전망 조기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충전기 최소 출력 보장, 국경 간 결제·충전 상호운용성, 전력망 계통 연계 프로토콜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한편, 민간 투자가 소외된 외곽 지역으로 충전망을 유도해 장기적인 사업성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레다르 분석가는 "미래 전기차 충전 산업의 성패는 충전기를 단순한 '전력 부하(수요)'가 아니라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유연한 양방향 전력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스마트 시간대별 요금제, 체계적인 관리형 충전, V2G 차량의 유기적 결합이 이뤄져야만 막대한 계통 보강 비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해 친환경 운송 전환의 경제성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