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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리버드 CEO 전격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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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리버드 CEO 전격 교체

앵그리 버드를 만들어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산업을 평정했던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미카엘 헤드가 전격 퇴진한다.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는 31일 창업자이자 경영최고잭임자(CEO)인 미카엘 헤드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휴대전화회사 노키아 출신인 페카 란탈라를 추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 교체 시기는 2015년 1월1일로 정해졌다. 페카 란탈라는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노키아 출신으로 지난 6월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하여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관장해왔다.
로비오가 느닷없이 경영난을 맞게 된 것은 게임 사업 모델을 유료에서 무료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객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로비오는 게임 무료화를 일단 중단하고 장난감과 의류 등 앵그리버드 이미지를 활용한 수익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중이다.

로비오는 2009년 앵그리 버드를 내놓아 출시 수개월 만에 전 세계 모바일 게임시장을 석권했다. 이후 클래시 오브 클랜, 캔디크 러시사가 등 경쟁 게임이 등장하면서 주춤했다. 앵그리버드 는 게임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경영학 연구의 한 모델로 까지 올라있다.

대형 게임회사의 하청작업을 하던 로비오는 2008년 금융위기로 위기를 맞고 있었다. 경기 침체로 주문은 뚝 끊기고 50여개의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용 게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로비오를 세계적 회사로 만든 이가 미카엘 헤드였다.

미카엘 헤드는 마지막 남은 12명의 직원과 함께 새로운 전략을 추진했다. “사람들이 이 게임을 평균 1분만 즐긴다고 생각하라. 게임을 잘 하지 않는 여성과 노인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리학 법칙을 게임에 적용하라”였다. 이것이 당시 로비아가 선택한 전략이었다. 그 원칙에 따라 탄생한 게임이 바로 ‘앵그리 버드’다.

이 게임은 2009년 12월 출시돼 지금까지 다운 로드 4억회,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56개국에서 애플리케이션 누적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앵그리 버드는 도산직전의 로비오를 회생시켰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무려 12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미카엘 헤드는 미국 정보기술(IT) 잡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앵그리 버드가 성공한 비결로 단순함을 꼽았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발전하면서 오락실의 고용량 게임까지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되는 상황에서 그 반대의 단순함이란 ‘역발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헤드는 “휴대폰 게임은 시간 떼우기용으로 간단히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잡해선 안된다”며 “로딩 시간도 최소로 줄여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등 고용량 게임을 아이폰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화제가 되던 시기에 역주행의 코스를 택한 것. 쉽고 단순하게 라는 로비오의 전략은 적중했다.
세대와 관계없이 누구든 어느 장소에서나 빠른 시간 안에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성공 포인트였다. 로비오는 앵그리 버드에 앞서 여러 가지 다양한 스마트폰용 게임을 개발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헤드는 직원들로부터 매일 올라오는 2~5개의 게임 컨셉의 개발 보고서에 퇴자를 놓았다. 뭔가 복잡하기만 한 상품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본 것이었다. 수많은 게임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컴퓨터 웹 상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 심심풀이용 저용량 게임을 고안하기에 이른다.

그는 인터뷰에서 “게임을 개발할 때 평소에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도 흥미를 느끼고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며 “이를 위해 평소 게임을 안하던 어머니에게 개발 중이던 게임을 해보도록 권유했다”고 말했다. 헤드는 어머니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고쳐 게임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가격은 0.99달러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박리다매 전략이었다. 단순함으로 승부한 헤드 CEO의 승부수는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사람들은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으로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게임을 하기보다는 간단한 게임을 하길 원했다. 대박이 터졌다. 투자 대비 500배의 수익을 올렸다.

급기야 헤드는 지난 6월 미국 크리에이티비티가 선정한 ‘세계의 창조적인 기업인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헤드 CEO는 캐릴터에서도 단순함을 추구했다. “게임을 앱스토어에 올려놨을 때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아이콘으로 쓸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기 철학이었다. 오늘날 앵그리버드 캐릭터가 날개 없이 몸통과 얼굴이 한 덩어리로 이뤄진 귀엽고 단순한 모양이 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게임이 널리 보급되며 앵그리버드 캐릭터가 인기를 끌자 로비오는 캐릭터 상품 산업에 뛰어들었다.

로비오는 지난 3월 앵그리버드 캐릭터 장난감을 출시해 9월까지 600만개 정도를 팔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앵그리버드 장난감과 티셔츠가 한 달에 각각 100만개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라고 보도했다. 캐릭터 판매는 로비오 매출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주로 판매하다‘ 지금은 완구 업체 및 의류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매장에서도 팔고 있다. 앵그리버드 매장은 핀란드에서 시작해 유럽 각지와 미국으로 퍼져 나갔고 한국에도 들어왔다. 중국 창사(長沙)에는 로비오의 허락 없이 앵그리버드 테마파크가 최근 문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비오는 폭스사와 함께 3D영화 ‘리오’도 만들었다. 앵그리버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로 북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약 4억7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로비오가 느닷없이 경영난을 맞게 된 것은 게임 사업 모델을 유료에서 무료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객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2013 회계연도에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은 52.0%나 줄어들었다. 매출 증가율도 3.1%에 그쳤다. 로비오가 새 경영책임자를 영입하여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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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