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OTT] 왓챠의 '스타트업 정신'…BL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공유
1

[글로벌OTT] 왓챠의 '스타트업 정신'…BL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시맨틱 에러' 왓챠 최대 성공작 등극…BL물 대중화 기여

'시맨틱 에러' 포스터. 사진=왓챠이미지 확대보기
'시맨틱 에러' 포스터. 사진=왓챠
BL(Boy's Love)은 소수의 장르문화였다. 애시당초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표현한 장르를 '퀴어'라고 불렀다. '퀴어'는 사전적으로 '기묘한', '괴상한'을 뜻한다. BL은 퀴어의 하위 장르로 여성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장르다.

이 장르의 영화나 만화, 소설은 그동안 대중문화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려웠다. 섣불리 "BL물을 즐긴다"라고 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과거보다는 문화가 개방적으로 바뀌었고 젊은 세대들은 더 당당하게 자기표현을 한다. 그럼에도 대중문화에서 퀴어는 주류시장보다는 한 단계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왓챠의 '시맨틱 에러'가 거둔 성과는 놀랍다. 저수리 작가의 BL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맨틱 에러'는 왓챠가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했으며 BL 콘텐츠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왓챠니깐 가능했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맨틱 에러'의 주인공인 박서함과 박재찬은 각각 '크나큰'과 '디키즈' 소속의 아이돌 그룹 멤버다. 원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던 이들은 '시맨틱 에러'로 팬층을 더 넓힐 수 있게 됐다. 특히 드라마 공개 직후 군입대한 박서함은 팬들의 애간장을 더 녹게 만들면서 그 인기가 지속될 기세다.

'시맨틱 에러'의 원작 소설은 자극적인 BL물의 홍수 속에서 비교적 대중성을 확보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출간됐으며 이후 15세 관람가 개정판으로 나왔다.

드라마 '시맨틱 에러'는 자극적인 묘사를 배제하고 감성적인 면을 살려 BL드라마의 대중성을 확보했다. 탄탄한 이야기와 감성적인 BL 묘사 덕분에 '시맨틱 에러'는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OTT들은 다양한 국가의 BL드라마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BL 장르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중국과 태국, 대만 등의 BL 드라마들이 국내에 속속 소개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도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와 '너의 별에게' 등을 서비스하고 있고 왓챠에서도 일본의 유명 BL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를 볼 수 있다. 동명 웹툰 원작의 BL드라마 '겨울 지나 벚꽃'은 왓챠와 티빙, 웨이브에서 볼 수 있고 중국 BL 사극 '진정령'도 웨이브와 왓챠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BL드라마는 고유의 탄탄한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어 OTT들이 저마다 서비스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BL드라마가 플랫폼의 간판이 된 경우는 드물다. 왓챠는 그동안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와 '좋좋소', '노키득존', '언프레임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공개했다.

앞으로 공개 예정인 작품도 독특한 장르물이 대부분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액션 스릴러 시리즈 '최종병기 앨리스'와 실화를 배경으로 한 부부 이야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웹툰과 시리즈 등으로 세계관이 확장되는 김보통 작가의 '사막의 왕' 등이다.

티빙과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OTT들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비하면 왓챠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콘텐츠가 많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왓챠는 다른 OTT와 달리 모기업의 투자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며 "'시맨틱 에러'의 성공도 눈치 보지 않고 투자한 것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